‘김학의 사건’ 강제수사는 왜 무산됐을까, 압수수색과 소환 없이 무혐의 2번

입력 2019-03-20 04:00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조사단)은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19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까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지시함에 따라 검·경의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단은 검찰이 왜 ‘성접대 동영상’을 범죄 증거에서 배제했는지, 김 전 차관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는지 우선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김학의 사건’이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13년 ‘강원도 원주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다. 1분40초 길이의 짧은 영상에는 한 인물이 별장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다 한 여성과 성관계를 맺으려는 장면이 나온다. 김 전 차관은 당시 이 동영상의 ‘주인공’으로 지목됐다. 그는 2013년 3월 15일 법무부 차관에 취임했지만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원주 별장 등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1주일 만에 낙마했다.

경찰은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며 당시 동영상 사본을 입수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인지 특정하지 못했다. 그해 5월 고화질 원본을 찾은 뒤에야 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2013년 11월 1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찰이 제기한 특수강간 혐의는 동영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동영상 내용이 특수강간 혐의(2인 이상이 합동해 성폭행한 경우)를 입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영상 촬영 시기도 특정할 수 없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인지에 대해서도 “범죄 사실과 무관해 말하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김 전 차관이 2007년 4~5월, 2008년 3~4월 최소 2건의 특수강간 범죄를 저질렀다고 본 경찰 수사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성폭행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들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며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당시 경찰이 윤씨에 대해 신청한 계좌추적·통신조회영장, 동영상 원본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수차례 기각했다.

동영상은 이듬해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피해 여성 중 1명인 이모씨가 1차 수사 때와 달리 자신이 동영상 속 인물이라며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김 전 차관을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김 전 차관은 재수사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진술을 번복해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소환조사·강제수사도 없었다.

조사단은 김학의 사건 조사 기한이 2개월 연장됨에 따라 당시 검찰의 부실수사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검찰이 동영상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었고, 강제수사를 하지 않은 이유를 우선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조사단은 김 전 차관뿐 아니라 당시 윤씨의 별장에 드나들었던 정관계 인사들이 누군지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 조사단이 파악한 인물에는 현직 검사장급 인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고의적인 부실수사 정황을 확인하면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다. 1차 수사와 재수사 종료 시점이 각각 2013년 11월, 2014년 12월임을 감안하면 1차 수사와 재수사팀 모두 직권남용(공소시효 7년) 혐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1차 수사팀의 경우 직무유기(공소시효 5년) 혐의 시효는 지난 상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