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성매매, 불법 영상물 촬영, 경찰 유착 의혹으로 얼룩진 ‘버닝썬 사태’에 대통령과 총리, 장관까지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확인되지 않은 ‘배후설’과 ‘꼬리 자르기’ 의혹이 커지자 경찰은 수사 인력 확대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연예인과 유착 의혹을 받는 윤모(50) 총경에 대해 계좌거래, 통신기록 압수수색영장과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윤 총경의 부인으로 현재 말레이시아에 주재관으로 파견된 김모 경정도 국내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아이돌그룹 FT아일랜드의 전 멤버 최종훈(29)은 앞서 경찰 조사에서 김 경정에게 K팝 공연 티켓을 구해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실 확인이 급한 사안은 먼저 이메일 조사에 응한 뒤 빨리 귀국해 조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 총경과 함께 골프를 쳤다는 유인석(34) 유리홀딩스 대표의 아내인 배우 박한별(35)을 참고인으로 부르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다.
버닝썬 MD로 일하면서 클럽 내 마약 유통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중국인 여성 바모(일명 애나)씨는 이날 경찰에 출석해 추가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16일 경찰이 채취한 애나의 모발에서는 엑스터시, 케타민 등에 양성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과 클럽 MD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다. 법원은 “마약류 투약·소지 등 범죄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정씨의 몰카 영상 유포 단속에 나섰다. 이미 해당 동영상이 170여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유포됐다는 신고를 접수해 내사에 착수했다.
온라인에서는 각종 음모론과 함께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지난 1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엔 ‘심 마담 배후설’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와 이날까지 6만59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심 마담은 정·재계, 연예계 유력자들과 친분이 있는 유흥업계 종사자로 알려져 있지만 실체는 파악되지 않았다. 청원글 게시자는 “장자연 사건이 재조명되자 정준영 몰카, 승리 성매매 사건이 터졌다. 모든 사건의 배후엔 심 마담이라는 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직 경찰 4명이 입건되는 등 유착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자 서울경찰청은 버닝썬 사건 수사 인력을 기존 13팀 126명에서 16팀 152명으로 확대했다. 경찰 유착 수사에는 4팀 42명에서 6팀 56명으로 늘렸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예인·자산가 등 일부 특권층의 마약, 성폭력 등 반사회적 불법·탈법 행위와 함께 경찰과의 유착 의혹 또한 제기되고 있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