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군사훈련 축소 지적에… 이낙연 “남북문제 뒤로 돌리자는 말이냐”

입력 2019-03-20 04:02
이낙연 국무총리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이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해외 이주 문제와 대북 문제를 놓고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윤성호 기자

국회가 올해 첫 대정부 질문을 19일 진행했다. 야당 의원들은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관련 수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해외 이주 문제, 대북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여당 의원들은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사건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관련된 성접대 의혹과 연예인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답변석에 오른 국무위원들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다혜씨의 해외 이주 문제와 대북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선 야당 의원들과 신경전도 벌였다.

버닝썬 논란에 관해서는 여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권력의 핵심인 경찰 엘리트 간부가 강남 클럽 뒷배를 봐줬는데 현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찰이었다”며 “공무원의 청와대 파견은 정권과 인연 없으면 가기 힘든데 어떻게 근무하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강남 클럽의 뒤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모 총경이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것과 관련해 “일부러 덮거나 비호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답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대해 “수사 과정에서 어떤 의혹이 있고 국민적 공분을 살 일이 있으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대북 문제와 다혜씨 문제를 두고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 사진을 본회의장에 띄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용하는 차량이 대북 제재 위반 물품이라는 지적인데,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김 위원장과 카퍼레이드를 하는 사진이 담겼다. 전 의원이 “대통령이 왜 저런 모습으로 전 세계 신문을 장식해야 하느냐”고 묻자 이 총리는 “저 차를 타지 않고 어떻게 했어야 했느냐”고 맞섰다. 전 의원은 “북한을 모르고 평화 놀음을 하다 보면 저런 참극이 벌어진다”고 지적했고, 최근 버닝썬 등 의혹에 엄정 수사 지시를 내린 문 대통령을 ‘수사반장’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다혜씨의 해외 이주 문제를 지속적으로 질의했다. 곽 의원은 “다혜씨의 해외 이주로 경호 비용이 9억원 정도 늘어난다”고 지적했고, 다혜씨 남편인 서모씨와 관련한 취업 특혜 의혹도 제기했다. 과거 근무하던 게임 회사가 특혜를 받은 의혹이 있고, 이후 외국 항공사에 입사하는 과정에서 취업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총리는 “이 정도가 국정의 문제인가 의문”이라면서 “위법이 아니라면 한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돼야 한다. 근거를 갖고 말해 달라”고 맞받아쳤다.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데도 정부가 군사 훈련을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총리는 “그렇다면 과거로 돌리자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설전 도중 야당 의원석에서 고성이 나오자 “잠깐만요. 나오십쇼”라며 직접 제지하기도 했다. 질의자로 나와서 정식으로 질의를 할 게 아니라면 조용히 있으라는 뜻이었다.

여당 의원들은 김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특히 김 전 차관 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인 점을 거론하며 지휘라인의 개입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나온 증언과 정황을 종합해보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또는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 간부들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종결되면 실체 규명과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고 답했다.

7개 부처 장관들이 인사청문회를 앞둔 만큼 입각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도 쏟아졌다. 특히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막말 논란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김 후보자에 대해 이 총리는 “여러 필요한 절차를 거쳐서 최선을 다해 후보자를 내놨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검증해 달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이 직접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을 비판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소리치며 항의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질의에 앞서 한국당과 민주당을 모두 비판했다. 추 의원은 한국당을 향해 “나 원내대표도 참여해 5당이 선거제 개혁에 합의했는데 결국 이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에도 한마디 하겠다. 대통령을 욕한다고 국가원수 모독죄를 말하는 게 적절한지 자중해 달라”고 말한 뒤 질의를 시작했다.

김판 신재희 김성훈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