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씨 부모 살해 피의자, 모친 행세하며 이씨 동생과 카톡”

입력 2019-03-20 04:02

‘청담동 주식 부자’로 대중에게 알려진 이희진(33)씨의 부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모(34·사진)씨가 범행 이후 이씨의 모친 행세를 하며 이씨의 동생(31)과 한동안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범인 A씨 등 중국동포 3명과는 지난달 초부터 범행 전까지 수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전후과정이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점이 확인된 것으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추가 범행계획 여부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살해 후 최소한 며칠간 이씨의 모친 행세를 하며 이씨 동생 등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씨 동생은 부모 집에 갔다가 비밀번호를 입력 못해 들어가지 못하자 모친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김씨는 태연스레 잘못된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이씨 동생은 결국 부모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되돌아갔다. 이후 이씨 동생은 모친과의 메시지 연결이 끊기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 수사가 이씨 동생의 신고에서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김씨의 모친 행세가 경찰의 수사를 늦추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김씨는 또 살인에 직접 가담한 공범 3명을 지난달 초 인터넷을 통해 모집해 범행 당일인 25일 전까지 수차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 모의를 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 못했다”면서도 “한 차례 이상 만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공범 중 한 명은 가족까지도 미리 출국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치밀한 범행계획에 비해 “이씨 부친이 2000만원을 빌려 간 뒤 갚지 않아 범행했다”는 김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와 피해자 사이 채무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고 김씨 등이 범행 후 가져갔다는 5억원의 행방도 석연찮다. 경찰은 김씨를 체포할 당시 1800만원을 확보했다. 김씨는 “당일 공범들에게 일부 나눠주고 나머지는 범행에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범들처럼 국외로 나가 수사망을 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국내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검거된 것도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김씨가 추가 범행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검찰은 이날 오후 김씨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0일 오전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