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상용화… 발로 뛰는 기업, 발목 잡는 정부

입력 2019-03-20 04:01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탑재된 암호화폐 지갑 ‘블록체인 키스토어’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IFC몰 전시 부스에서 실행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를 놓고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정부의 인식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와 삼성전자 등은 ‘암호화폐(가상화폐) 지갑’ 확산에 나서는 등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신중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자사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에 암호화폐 지갑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 암호화폐 지갑은 블록체인 서비스에 필요한 암호화폐를 개인 및 기관이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공인인증서다. 카카오의 암호화폐 지갑은 카카오톡에 카카오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 중인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결제·송금 및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app·댑)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탑재했다. 갤럭시 스토어에서 ‘블록체인 월렛’을 다운받아 함께 사용하면 여느 암호화폐 지갑처럼 개인 간 암호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블록체인 키스토어에 삼성의 모바일기기 통합보안관리 플랫폼 ‘녹스’를 적용해 보안 우려를 낮췄다. 향후에는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 기능을 추가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 종류를 늘리는 등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계속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업체 두나무의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도 이날 자사 블록체인 플랫폼 ‘루니버스’ 생태계에서 유통할 암호화폐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람다256은 루니버스용 토큰 ‘루크’ 100억개를 발행해 플랫폼 유지비용 및 플랫폼 내 서비스 사용료 및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가상화폐 투기 광풍 이후 상용화에 대해 소극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가상화폐가 투기자금으로 변질됐다고 보고, 블록체인 업체가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암호화폐 공개(ICO)’ 등을 금지했다. 반면 업계는 블록체인 서비스 유지 및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선 암호화폐 사용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신산업 규제완화 대책인 ‘규제 샌드박스’에서조차 암호화폐 상용화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기반 해외송금 업체 ‘모인’을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대상으로 선정했지만, 부처 간 이견이 많자 심의를 미뤘다. 정부는 다음 달 ‘금융규제 샌드박스’에서 ‘모인’의 규제 샌드박스 선정을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부처 간 조율이 쉽지 않아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글·사진=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