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믿을 맨’으로 돌아온 ‘탕자’

입력 2019-03-19 21:50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가운데)가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든턴 레콤파크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3루 수비를 하고 있다. 강정호는 오는 29일 열리는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3루수 주전으로 나선다. AP뉴시스

“강정호를 개막전 3루수로 내보내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감독의 답은 결국 ‘돌아온 탕자’ 강정호(32)였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지난 두 시즌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한 강정호가 오는 29일(한국시간) 열리는 메이저리그(MLB) 개막전 주전으로 나선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19일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주전 3루수로 강정호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지난해 0.277의 타율에 11홈런을 친 3루 경쟁자 콜린 모란(27)을 밀어내고 당당하게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생애 첫 메이저리그 개막전 선발이다.

어렵사리 잡은 기회다. 강정호는 201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2년간 피츠버그의 핵심 내야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처음에는 백업 내야수로 나서다 주전 자리를 꿰찬 뒤 장타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첫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0.287 15홈런)을 올린 그는 부상으로 2016년 시즌 중 복귀해 103경기에만 나서고도 21홈런을 치며 활약을 이어갔다.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도 기대케했다.

하지만 이후 예상치 못한 나락을 맞이한다. 강정호는 2016 시즌을 마친 뒤 한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비자발급이 거부돼 메이저리그 복귀가 무산됐다. 지난해 4월말에야 취업 비자를 받아 팀에 합류했으나 컨디션 저하 및 부상 재발 등으로 시즌 막판 3경기 6타석에 나섰을 뿐이었다. 본인의 무절제로 2년을 그대로 날린 것이다. 올 시즌 앞두고 피츠버그와 1년간 최대 55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잔류했다.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긴 강정호는 “좋은 선수보다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술은 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겠다”고 전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살겠다”며 기독교 신자가 돼 세례를 받았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강정호가 많은 반성을 하고 나서 야구에 대한 자세가 바뀌었다. 이번 시즌에 모든 걸 걸고 많은 훈련을 했다”며 “강정호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잘 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강정호는 큰 레그킥으로 대표되던 타격폼을 손봤다. 레그킥은 대폭 줄이고 스윙 직전 손의 위치를 내리면서 힘을 모으는 동작으로 변경했다. 바뀐 타격폼으로 강정호는 시범경기에서 독특한 성적을 냈다. 타율은 0.179(28타수 5안타)에 그쳤고 삼진은 무려 13개를 당했다. 그러나 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연결해 OPS(출루율+장타율)는 0.996에 달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투수의 수를 읽는 감이 떨어진 것 같아 경기 감각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경기에 계속 출장하면 개선될 문제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홈런을 많이 치면 어느 정도의 삼진에는 관대하다”고 설명했다.

피츠버그가 바라는 것은 역시 큰 타구다. 민 위원은 “강정호가 자신의 장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시범경기에서도 장타에 중점을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위원도 “피츠버그에 거포가 필요하다. 25개 정도의 홈런을 쳐 팀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확도 면에서는 모란이 더 뛰어난 만큼 강정호가 주전 경쟁에서 압도적이지는 않다”며 “시즌 초 좋은 성적을 올려 자신감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