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인기 e스포츠 대회인 LoL챔피언스코리아(LCK)에 지각변동 조짐이 보인다. 그리핀을 필두로 한 하부 리그 출신 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반면 kt 롤스터 등 기존 강호들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대표로 세계선수권(LoL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했던 3개 팀 중 하나는 승강전 신세를 질 가능성이 높다.
2019 스무살우리 LCK 스프링 정규 시즌이 21일 그리핀 대 한화생명 e스포츠전을 시작으로 9주 차 일정에 접어들었다. 대회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은 지난해 여름 1부 리그로 승격한 그리핀이다. 이변이 없는 한 오는 31일 끝나는 정규 시즌 1위가 유력하다.
올 스프링 시즌에 새롭게 합류한 승격 동기 샌드박스 게이밍, 담원게이밍 역시 포스트 시즌 진출 가시권에 놓여있다. 샌드박스는 ‘e스포츠 명가’ SK텔레콤 T1과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담원은 한화생명, 킹존 드래곤X 등 1부 리그 터줏대감들과 포스트 시즌 합류 여부를 놓고 막바지 경쟁에 돌입했다.
하부 리그 출신 팀들의 선전이 유독 돋보이는 시즌이다. 애초 LCK는 1부와 2부 리그 팀 간 실력 차이가 현격한 대회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난해 그리핀의 등장 이후 두 리그 사이 간극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1부 리그 강호들이 2부 리그 상위권 팀과의 맞대결에서 패배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강력한 동기 부여가 이들 승격 팀의 첫 번째 선전 원인으로 꼽힌다. “더는 잃을 게 없다”는 각오로 참전한 승격 팀들은 자유분방한 전략과 호전적인 태도로 경기에 임한다.
샌드박스 측 관계자는 “한 명이 무리수를 두면 실수지만, 다섯 명이 함께 과감한 수를 두면 이는 승부수”라고 말했다. 그리핀 김대호 감독은 “우리는 상상력의 팀”이라고 강조한다. 핵심은 지키되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게 이들의 모토다.
뛰어난 팀워크 역시 기존 팀들과 차별화된 장점이다. 2부 리그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멤버들은 단순한 동료 이상의 유대 관계로 뭉쳐있다. 샌드박스는 스스로 “가족 같다”고 표현할 만큼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담원은 ‘주전과 후보 구분이 없는 팀’을 지향점으로 설정했다. 그리핀은 “다섯이서 하나”를 강조한다. LoL은 순간 판단이 성패를 좌우하는 게임인데, 찰나의 순간에 선수 전원이 머릿속으로 같은 그림을 그리는 훈련을 진행해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LoL e스포츠가 태동한 지 어느덧 8년. 하부 리그 소속 팀들이 1부 리그 못잖게 고도화된 성장프로세스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광석 해설위원은 “2부 리그 시스템이 탄탄해졌다. 또 리빌딩 없이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성장해온 것도 이들이 선전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