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옵션’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예를 들어 출장을 몇 이닝 이상 채울 경우 얼마를 더 받는 등의 방식이다. 꽉 막힌 FA 시장의 활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준척급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경기 출장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없어 이에 반발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옵션의 역습’이라 할 만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는 총 15명이다. 하지만 양의지(NC 다이노스) 등 ‘월척’급을 제외하면 계약이 상당히 지지부진했다. 이에 구단에선 ‘옵션’을 활용해 이를 타개했다. 이 선수가 정말 팀에 도움이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엄청난 계약금이 필요하지 않고 선수의 경기 출장, 성적 등에 따라 인센티브처럼 돈을 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이에 양의지와 이재원(SK 와이번스)을 제외한 13명의 FA 선수는 모두 옵션이 포함된 상태에서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노경은(전 롯데 자이언츠)을 제외한 전원이 계약에 성공했다.
FA 1호 계약자인 NC 다이노스 모창민은 총액 20억원 FA 계약 중 옵션이 3억원이다.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은 10억원 중 6억원, 한화 이글스 송광민은 16억원 가운데 절반인 8억원이 옵션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용규(한화)·노경은 사태가 불거지며 옵션 계약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기 출장을 확실히 보장받지 못하는 준척급 베테랑 선수에게 불안감과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파문을 일으킨 이용규의 경우 아직 왜 스스로 트레이드를 요구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한화 관계자는 19일 “이용규가 침묵하고 있고, 우리도 다양한 경로로 알아보고 있지만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다만 원인 중 하나는 ‘옵션’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규는 지난 1월 계약 기간 2+1년, 계약금 2억원, 매년 연봉 4억원에 매년 옵션 4억원 등 총액 26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이에 자신에게 생소한 9번 타순, 좌익수로 가게 되면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줄어들어 옵션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트레이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경은은 옵션 때문에 ‘미아’가 됐다. 노경은은 롯데로부터 2+1년에 계약금 5억원, 연봉 3억원, 옵션 3억원 등 총 23억원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보장금액이 11억원밖에 안돼 계약금을 2억원 더 달라고 요구해 최종적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노경은은 미국으로 떠나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 테스트를 받았지만 여기서도 최종 탈락해 자칫 야구를 접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상태다.
이에 프로야구선수협회도 옵션 등 FA 제도와 관련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조만간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김선웅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옵션이 많고 보장금액이 적을 경우 선수가 FA를 선언하더라도 협상력이 떨어지고 팀을 옮기기가 더 힘들어진다”며 “22일쯤 선수협회장이 선출되면 FA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