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부산 강서구에서 25t 화물차가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 3대를 덮쳤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고 4명이 다쳤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사고 원인은 화물차 운전자의 졸음운전이었다. 대형차 운전자의 졸음운전은 큰 인명 피해를 낳는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졸음운전을 예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차로이탈 경고장치’를 장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손꼽힌다. 차로이탈 경고장치는 차로이탈을 감지한 뒤 운전자에게 시각, 청각, 촉각을 활용해 경고한다. 앞에서 주행하는 자동차의 속도를 감지해 충돌 전에 경고하는 ‘전방충돌 경고장치’ 기능도 보통 포함돼 있다. 졸음운전뿐 아니라 과속 사고 위험도 크게 줄여준다. 설치 비용은 50만원 정도다.
대형차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2017년 버스나 화물차에 차로이탈 경고장치를 의무 장착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장치를 달고 있는 차량은 4대 중 1대꼴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장착비용에서 80%까지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대형차 차주들은 무관심하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차로이탈 경고장치 의무 장착 대상은 승합차 약 5만대, 화물차 약 10만대로 총 15만대에 이른다. 길이 9m 이상 승합자동차, 차량 총중량 20t 초과 화물·특수자동차가 대상이다. 올해 1월까지 차로이탈 경고장치를 단 차량은 약 3만7000대다. 전체 대상 차량 중 24.6%에 그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장착비의 80%(국고 40%,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40%)까지 준다. 예산만 300억원을 편성했다. 차주가 10만원 정도 부담하면 언제든지 ‘안전장치’를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 말까지 단속 유예기간도 뒀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차로이탈 경고장치를 장착하지 않은 대형차엔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된다.
그런데도 대형차 차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대부분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고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 대형 화물차를 운전하는 김모(30)씨는 “차로이탈 경고장치를 설치하러 갈 시간에 차라리 영업을 더 뛰겠다며 미루는 운전자가 많다”고 했다. 지자체에 보조금을 신청하는 행정업무가 불편해 미루는가 하면 위·수탁 계약 화물차도 많아 차주가 아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부의 정책홍보 부족도 문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의 보조·지원 사업은 보통 사업이 끝나기 직전에 신청자가 몰리곤 한다. 올 하반기에 장착률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형차 차주 대상 설명회를 계속 열어 장착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