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부를 강타한 사이클론 ‘이다이(Idai)’로 인한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모잠비크 정부는 이번 사이클론으로 1000여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필리프 뉴시 모잠비크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공식적인 사망자 수는 84명이지만 피해지역을 둘러본 결과 1000명 이상이 숨진 것이 확실해 보인다”면서 “말 그대로 대규모 참사”라고 말했다. 뉴시 대통령의 예상대로 사망자가 1000명이 넘는다면 이다이는 아프리카 남부에서 역대 최악의 사이클론으로 기록된다. CNN방송은 “사이클론으로 50만명에 이르는 모잠비크 국민들이 위험에 처했고, 항구 도시 베이라의 90%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열대성 저기압 사이클론 이다이는 지난 14일 모잠비크에 상륙한 뒤 말라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남부 국가를 잇따라 강타했다. 이다이는 최고 시속 175㎞에 달하는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고 있다. 카테고리 2등급 허리케인에 해당하는 위력이다. 뉴시 대통령은 “폭우로 강이 범람하면서 마을 전체가 사라졌고, 시신들이 물 위에 떠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잠비크 전역에서는 건물들이 침수된 것은 물론 전기가 끊기고 도로가 차단됐다. 주요 병원들과 지역 보건소마저 운영이 중단돼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베이라 상공에서 촬영한 항공사진을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홍수로 고립된 가옥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구호단체들은 댐이 붕괴되거나 강둑이 무너지는 등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사(IFRC)는 헬기로 식량과 구호물품을 피해지역에 전달하고 있다. IFRC 관계자는 “모잠비크 지역사회의 모든 활동이 멈춰버렸다”고 CNN에 말했다.
짐바브웨와 말라위에서도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짐바브웨 정부는 이번 사이클론으로 최소 98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일부 지역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짐바브웨 동부에서만 1000채에 달하는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말라위 정부는 50여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이클론 참사가 아프리카 식량부족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수확기 직전에 사이클론이 덮친 탓에 피해지역에서 식량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모잠비크는 농업 위주 경제구조에 머물러 있어 더욱 극심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