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5G 상용화’ 목표에 비상이 걸렸다.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요금제도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계 최초’에 집착해 5G 서비스가 부실하게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 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4월 10일까지 상용화 준비를 마쳐야 한다. 미국 버라이즌이 4월 11일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등 일부 지역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미국에 빼앗길 수 있다.
문제는 5G 서비스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통신망 구축을 하고 상용화를 선언했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5G 스마트폰은 아직 없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월 5~10일 5G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 5G를 출시할 예정이다. 출시일은 이통 3사와 망 연동 테스트가 완료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출시 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기지국에서 속도와 안정성에 문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이전에 출시는 할 수 있지만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5G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5G폰 V50은 4월 말이나 돼야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퀄컴의 5G 모뎀칩 공급 일정이 애초 예상보다 늦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미국에 출시하는 갤럭시 S10 5G폰은 4월 말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는 자체개발한 5G 모뎀을 사용한다.
요금제는 이통사와 정부의 입장 차이로 표류 중이다. SK텔레콤은 7만원에 150GB 제공을 골자로 하는 요금제를 신고했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반려했다. 고가 요금제만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5G 서비스 시작 단계에서는 고가 요금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초반에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헤비 유저가 많고, 전국망 서비스도 아니므로 조심스럽게 가입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단 고가 요금제를 먼저 내놓고 서비스가 확산하는 대로 요금제를 늘려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저가 요금제를 추가해 다시 5G 요금제 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안의 뼈대는 유지하면서 일부 보완하는 수준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 가입자가 제일 많은 SK텔레콤이 요금제를 확정하지 못하면 KT, LG유플러스도 5G 요금제를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이 인가받은 요금제를 바탕으로 혜택을 추가하는 요금제를 설계하는 게 그동안 업계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세계 최초 5G 일정에는 차질이 없게 요금제 인가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