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석(60) 목사는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국경선평화학교를 운영한다. 2013년 문을 연 이곳은 한국형 피스 메이커를 양성하는 곳이다.
정 목사는 매주 월요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강변 온생명교회에서 나핵집 한국교회남북교류협력단 공동대표, 노정선 연세대 명예교수, 백용석(서울 강남교회) 안바나바(서울 믿음의씨앗교회) 한정석(파주 온생명교회) 목사 등 10여명과 월요평화기도회를 연다. 지난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때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판문점과 가까운 이곳에서 철야기도회를 연 이후 매주 모였다. 다음 달이면 1주년이다.
온생명교회에서 18일 만난 정 목사는 “월요평화기도회 때마다 원탁에 둘러앉아 침묵으로 기도하고 함께 의견을 나눈다”면서 “오늘은 로마서 12장 2절을 함께 읽었다.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라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 말씀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을 교훈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 정 목사는 “정치 지도자들에게만 평화를 맡기지 말고 민간 주도로 민초들이 깨어서 기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얻었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이 난관에 부닥친 것은 민간 주도로 평화통일을 추진해야 함을 각성하도록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라고 전했다.
이들이 다음 달 27일 인천 강화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DMZ 500㎞ 전역을 50만명 이상이 모여 손을 잡는 ‘DMZ 민(民)+평화 손잡기’ 운동을 준비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정 목사는 “1993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도로 파주 임진각에서 서울 서대문구까지 65㎞에 걸쳐 남북 인간띠 잇기를 했고 2015년에는 한국YWCA 주도로 여성들이 DMZ를 넘는 행사를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민간 주도의 평화 통일 의지를 세계 각국에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서울 청암교회 등지에서 사역하다 나이 마흔에 북아일랜드로 떠났다. 1990년대 벨파스트 평화협정 등 북아일랜드 갈등 해결 과정을 보며 교회가 어떻게 화해의 역할을 주도할 수 있는지 공부했다. 퀘이커 교도와 함석헌 선생을 비교 연구해 평화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철원에 국경선평화학교를 열었다.
정 목사는 “학교는 3년 과정으로 평화학 분야에서의 단독 저서와 100명의 추천인을 제출하면 디플로마를 수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26~27일 DMZ 손잡기의 의미를 알리는 1박2일 국제회의와 평화를 노래하는 이천 어머니합창단의 공연도 철원 학교에서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파주=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