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10% 하락 땐 3만2000가구 보증금 반환 못해

입력 2019-03-19 21:45

최근 지방에 이어 서울 등 수도권까지 주택 전세가격의 하락 움직임이 뚜렷하지만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은 당장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임대가구의 보증금 반환 능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 하락세가 지속되면 금융기관의 대출건전성 저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19일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보고서를 내고 국내 211만 임대가구 중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가구의 비중이 지난해 3월 기준 0.6%(1만2000여가구)라고 밝혔다.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말은 재산을 전부 처분하더라도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내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른바 ‘깡통전세’다. 한은은 통계청의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기반해 이같이 계산했다.

앞으로 전세가격이 10% 떨어진다고 가정할 때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는 전체의 1.5%(3만2000여가구)로 늘었다. 서울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방은 최근 20개월가량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3만2000여가구 가운데 71.5%는 보증금 반환 시 2000만원 이하의 자금이 부족해지는 것으로 계산됐다. 5000만원 넘게 부족한 가구는 6.9%였다.

임대가구 중 고소득층(4~5분위) 비중이 64.1%라는 점, 전세가격이 10% 하락해도 보증금 반환 문제를 겪는 가구가 1%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기 어렵다. 한은은 “임대가구의 재무상황과 보증금 반환능력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며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의 위험은 현재로서 크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금융자산만 놓고 보면 임대가구의 보증금 반환 능력은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추세다.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임대가구의 보증금은 연평균 5.2% 상승했지만, 금융자산 상승률은 3.2%에 그쳤다. 가구·지역·주택유형별로 전세가격 조정폭이 상이하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한은은 “전세가격이 큰 폭 하락한 지역이나 부채 레버리지가 높은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