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액 가운데 21%를 차지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최대 수출 품목이다. 지난 2년간 반도체산업이 초호황을 누리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커졌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업황이 급락하기 시작했지만 경제예측 기관들은 반도체 수출이 올해 한 자릿수 증가율은 유지할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13대 주력산업 전망’에서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하락 전망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수요 증가로 9.3%의 수출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2.6%)과 정부(2.6~2.7%)의 ‘낙관적인’ 올해 성장률 전망에는 반도체 수출이 최소한 전년 대비 플러스(+)는 유지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1분기가 끝나가는 지금, 반도체 업황은 예상보다 훨씬 나쁜 쪽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2월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그 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월 대비 23.9%나 줄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년 동기보다 46.8% 급감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52.2%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선물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볼 때 5월 이후 업황도 부정적이다. 여기다 반도체 업체의 창고엔 6~8주 생산분이 재고로 쌓여 있다고 한다. 상반기 수출이 마이너스인 것은 거의 확실하다. 정부 연구기관들이 주장하는 ‘반도체 경기 하반기 회복론’도 가능성이 낮아졌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소한 3분기까지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 42곳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14.2%나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를 기초로 반도체 수출이 10% 줄어들 경우 최대 20조원의 생산유발액이 감소하고 직간접적 고용손실이 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투자가 급감한 가운데 주력 산업의 수출까지 비틀대면 한국 경제는 충격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정부는 통화·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은 물론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 개혁 노력을 보다 속도감 있게 시행해야 한다.
[사설] 성장 엔진 반도체에 울리는 요란한 경고음
입력 2019-03-2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