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구 의원 기득권에 막힌 선거제 개혁

입력 2019-03-20 04:03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반대하며 여야 협의에 불참한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비등하다. 선거법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과 묶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패스트트랙을 추진한다면 탈당하겠다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는 한국당의 반대는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여기에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천신만고 끝에 합의를 이끌어낸 선거제도 개혁이 무산될 위기에 봉착했다. 수학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복잡한 연동형 비례의석 산출 방식도 반대 기류에 기름을 부었다.

네 당이 합의한 대로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치를 경우 지역구 의석은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 줄어든다. 지역구 축소는 지역구 의원들의 정치생명과 직결된 민감한 문제다. 때문에 의원들은 십중팔구 지역구 축소에 반대한다.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여야는 선거구 조정 때마다 지역구를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줄여 정원 300석을 유지해 왔다. 국민적 비판이 두려워 정원 확대가 어렵자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표심의 심각한 왜곡을 부르는 지금의 기형적 선거제도는 지역구 의원 기득권 지키기의 산물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표의 대표성과 등가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이러한 현행 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비록 4당 합의안이 100% 연동형은 아니나 현행 제도에 비해 표심의 왜곡을 크게 줄이는 진일보한 것임은 분명하다.

선거제도 개혁은 더 이상 미뤄선 안 되는 시대적 과제다. 그리고 지금이 적기다. 합의안에는 세계적 추세에 맞게 선거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조항도 들어 있다.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에 막혀 선거제도 개혁이 무산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평화당이 19일 4당 가운데 처음으로 선거제 개혁안을 의원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다른 당들도 조속히 절차를 매듭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