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5억원 가져갔다”, 시신 든 냉장고는 이삿짐센터 불러 처리

입력 2019-03-18 19:02 수정 2019-03-18 23:19
불법 주식 거래 혐의로 복역 중인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김모씨가 18일 경기도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나머지 공범에 대해서도 추적하고 있다. 인천일보 제공

‘청담동 주식 부자’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이희진(33)씨 부모가 살해됐다. 이씨의 부친(62)은 경기도 평택의 한 창고 냉장고에서, 모친(58)은 안양의 자택 장롱에서 각각 발견됐다. 체포된 피의자 김모(34)씨는 이씨의 부모 자택에 무려 18시간 넘게 머물면서 두 사람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고, 이 중 냉장고는 이삿짐센터 직원을 불러 창고로 옮기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씨 부모 아파트 1층에 설치된 CCTV 영상에는 김씨가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경호 목적으로 고용했다는 공범 3명과 함께 지난달 25일 오후 3시51분쯤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피해자 부부는 15분 뒤 들어갔다. 이후 공범 3명은 오후 10시21분 밖으로 나갔고, 김씨는 다음 날 오전 10시 전후 이삿짐센터 직원을 불러 냉장고를 옮기도록 한 뒤 10시15분쯤 마지막으로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김씨가 공범 3명과 함께 이씨의 부모보다 먼저 집에 들어가 기다렸거나 집 밖에서 기다렸을 가능성이 커 계획적인 범행에 무게가 실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이씨 부친은 두부외상 및 목졸림으로 인한 질식으로, 모친은 목졸림으로 인한 질식으로 각각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공범 3명은 모두 중국동포로 범행 당일 오후 11시51분쯤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할 계획이다.

김씨는 경찰에 이씨의 부모에게 빌려준 2000만원을 받지 못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범행 과정에서 집에 있던 현금 5억원을 가져갔다고도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동생이 차를 판매한 대금이었다는데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씨 부모 집에 거액의 현금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범행은 지난 16일 이씨의 동생(31)이 “부모님과 전화통화가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씨의 동생과 함께 현장에 가 강제로 문을 개방한 뒤 방안에 있던 모친 시신을 발견했다. 이어 경찰은 지난 17일 김씨를 검거했고 그를 추궁해 부친의 시신도 발견했다.

이씨는 증권전문방송 등에서 주식 전문가로 활약하며 SNS에 강남 청담동 고급 주택이나 고가 수입차 사진을 올리는 등 재력을 과시해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이씨는 불법 주식거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130억원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이날 법원은 22일 오후 9시까지 이씨의 구속집행을 정지했다. 이씨의 항소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이씨가 부모상(父母喪)을 이유로 신청한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안양=강희청 기자, 이가현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