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거나 차량을 제어할 때 터치스크린을 손으로 조작하는 풍경은 머지않아 낯설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음성인식 비서를 탑재한 신차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이제 운전자와 차량 간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시대가 됐다.
현대자동차는 21일 출시되는 ‘신형 쏘나타’에 카카오와 협력해 개발한 음성인식 대화형 비서 서비스를 최초로 적용한다고 18일 밝혔다. 신형 쏘나타에 적용되는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는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아이)’를 활용한 서비스다. 스티어링휠에 있는 음성인식 버튼을 누른 뒤 질문하면 인공지능 플랫폼이 최적의 답을 해주는 식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음성인식 버튼을 누른 후 “내일 날씨 어때?”라고 물으면 음성인식 비서는 “내일 서울은 오전에는 맑고 오후에는 구름이 조금 있겠어요. 최고기온은 섭씨 15도로 낮에는 포근할 것 같아요. 미세먼지 농도는 105㎍으로 ‘나쁨’이에요.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고 답한다.
차량 내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이용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국내에서 신형 쏘나타가 처음이다. 기존 서버형 음성인식은 “여의도역 길 안내”라는 명령어를 인식했지만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는 “여의도역 가자”라고 말하면 운전자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분야에서 완성차업체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의 협업 및 개발 경쟁은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핵심은 실제로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음성 명령’이다. 해외 선두업체들의 경우 이미 상용화한 곳들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출시한 ‘더 뉴 A-클래스 세단’에 음성인식 비서를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를 최초로 적용했다. 운전자가 “헤이, 메르세데스”라고 말하면 음성인식 비서가 활성화된다. 단순한 길 안내나 정보 검색뿐만 아니라 “BMW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와 같은 질문에도 “미러를 통해 만나는 걸 좋아하지”라는 식의 답을 내놓는다.
BMW는 이달 말 출시 예정인 뉴3 시리즈 세단을 통해 추후 ‘BMW 인텔리전트 개인비서’ 시스템을 선보인다. BMW 인텔리전트 개인비서는 “헤이, BMW”라는 말에 반응하도록 설정된 지능형 디지털 캐릭터지만 운전자가 원하는 이름을 지어서 부를 수도 있다. 개인비서는 차량 기능 설명, 연료 상태 등 현재 상태 정보도 제공한다. 운전자가 “피곤해”라고 말하면 졸지 않도록 차량 실내 조명 분위기나 음악, 온도 등을 조절할 수도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