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연예인과 경찰이 얽힌 거대한 유착 관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버닝썬 게이트’ 주요 인물과 유착한 의혹을 받는 현직 경찰 4명을 입건하고 연루된 경찰이 더 있는지 파악 중이다.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49) 총경은 지인 관계의 사업가를 통해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 등 연예인과의 친분을 쌓았고, 이 과정에서 사건 처리 정보를 누설한 혐의가 포착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승리가 운영하던 서울 강남의 술집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윤 총경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윤 총경에게 몽키뮤지엄이 신고당한 사실을 알려준 경찰 2명도 대기발령 조치하고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전날 클럽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과 관련해 입건된 1명까지 버닝썬 사태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은 4명이다.
‘버닝썬 게이트’에서 사업가와 연예인은 경찰을 움직이는 ‘배후 세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윤 총경은 승리의 동업자인 유인석(34) 유리홀딩스 대표와 친분을 쌓아 골프, 식사 등을 함께 했다. 그는 2016년 사업가인 지인의 소개로 유 대표를 알게 됐고, 2017~2018년 수차례 골프와 식사를 하며 관계를 유지했다. 윤 총경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할 때도 유 대표와 골프를 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둘 사이 사건 처리와 관련한 대가성 금품이 오갔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가수 정준영(30)의 불법 영상물 촬영 및 유포 사건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광수대는 정씨와 클럽 MD 김모씨에 대해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씨에게 넘겨받은 휴대전화 3대도 분석 중이다. 정씨가 3년 전 ‘고장 났다’고 주장한 휴대전화도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승리의 성매매 알선 혐의에 대해 경찰은 “클럽 아레나 사건 관련 여성 2명을 불러 조사했다. 여러 관련자 조사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승리 등이 해외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하고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클럽 내 마약 유통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은 버닝썬 사태 이후 클럽 등에서 마약 투약 및 유통 혐의를 받는 40명을 입건했다. 버닝썬 내부에서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 14명이고, 이 중 구속된 3명은 모두 MD다.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는 19일 마약 투약 및 유통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버닝썬 외 다른 클럽 관련자도 17명이 입건됐다. 나머지 9명은 일명 ‘물뽕’(GHB)을 온라인으로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자 중 유통 혐의까지 받는 사람은 10명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남 유명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모씨가 다른 업소도 차명 보유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해당 업소와 관련한 탈세, 마약 등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진행 중인 수백억원대 탈세 의혹과는 별개 수사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버닝썬 사건을 형사3부(부장검사 신응석)에 배당했다. 형사3부는 기존에 광수대 수사를 지휘해 오던 부서로 앞으로도 경찰 수사를 지휘하며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최예슬 문동성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