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트럼프의 침묵, 전략적 침묵 혹은 후순위로 밀린 북한

입력 2019-03-19 04:02

북한 문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핵·미사일 실험 재개를 시사하는 공격적인 기자회견을 한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트위터광인 그의 트위터에도 북한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지난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약 핵·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가장 최근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을 놓고 전략적 묵언이라는 평가와 북한 이슈가 후순위로 밀렸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입장에 따라 긴장과 대화의 기로에 서 있는 북·미 관계의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언제, 어떤 형식을 통해 북한 관련 입장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이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원하고 공격적인 기자회견을 감행하는 등 예측하기 힘든 행동을 연이어 벌였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가 대화 판을 깨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협상을 재촉하는 신호인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은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움직이겠다는 신중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라는 무언의 경고라는 분석이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여론 사이에 끼여 있다”면서 “북한을 대화의 틀 속에 묶어 놓고, 미국 내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 회의론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당분간 침묵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은 미국 내 현안에 빠져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렸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는 지난 주말 동안 15건의 트위터 글을 올렸다. 자신을 공격하는 NBC방송과 CNN방송을 비판했고, 난데없이 지난해 8월 별세한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비난해 매케인 전 의원의 딸과 설전을 벌였다. 대응할 일이 많아 북한 이슈를 잠시 뒤로 뺐다는 얘기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 부상의 발언과 관련해 “도움이 안 되는 발언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위협을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멀베이니 대행까지 인터뷰에 나서면서 지난달 28일 하노이 북·미 확대정상회담에서 배석했던 미국 측 ‘3인방’ 모두 침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한 셈이 됐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