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종전선언 서명에 대비 ‘국가수반 김정은’ 개헌 움직임”

입력 2019-03-18 19:12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헌법상 국가수반 직위를 분명히 하기 위한 헌법 개정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조부인 김일성 주석을 롤모델로 삼아온 김 위원장이 스스로 주석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태영호(사진)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김 위원장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북한 역사에서 처음 보는 일”이라며 “북한이 다음 달 초 진행되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계기로 김 위원장의 직위와 관련한 헌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헌법 개정 가능성을 ‘정상국가화’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북한의 통치구조상 김 위원장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헌법상 대외적 국가수반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을 중시하는 서방 국가수반들은 김 위원장이 아닌 김 상임위원장 앞으로 축전이나 서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태 전 공사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을 헌법적으로 국가수반임을 명기하는 것은 향후 다국적 합의로 체결될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서명식에 대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현재 헌법구조상으로는 다자 간 종전선언이 이뤄질 경우 서명식에 나오는 것은 김 위원장이 아닌 김 상임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태 전 공사는 “대외적으로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북한이 이번 1차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직책이 국가수반임을 헌법에 명백히 반영하는 방향에서 개정할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70년대 김일성의 주석제를 다시 도입하는 격이 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외신기자회견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핵 혹은 미사일 실험 재개 입장 발표가 당장 나올 기미는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까지 북한 언론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차분히 보도했는데, 갑자기 핵과 미사일 실험 재개 입장을 발표하면 북한 주민들이 심리적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