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넘버1·2, 유럽 공략 ‘쌍끌이’

입력 2019-03-18 19:19
사진=AP뉴시스

중국 서열 1, 2위인 시진핑(왼쪽 사진) 국가주석과 리커창(오른쪽) 총리가 양회(兩會)를 마치자마자 유럽 국가들을 방문해 우군 확보와 경제영토 확장에 나선다. 시 주석이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를 순방하고, 리 총리는 크로아티아를 찾아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중·동유럽(CEEC) 16개 국가협의체와 ‘16+1’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핵심 의제는 모두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확산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18일 시 주석이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21~26일 이들 3개국을 국빈방문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에서 이탈리아와 일대일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서방국가들의 우려를 뚫고 개발도상국이 아닌 주요 선진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이탈리아를 일대일로 구상에 끌어들인 것이다.

양해각서 초안에는 중국이 주도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금 지원을 받아 공동사업을 하고, 도로·철도·교량·항공·항만·에너지·통신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탈리아는 국제적 금융거래 기준을 준수하는 AIIB를 통해 자금을 조달키로 하면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국들에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자금을 빌려줬으며, AIIB를 통한 차관은 처음이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에 재계 인사 등 200명 규모의 수행단이 동행한다.

리 총리는 4월 초 크로아티아 남부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리는 ‘16+1’ 정상회의에 참석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중·동유럽 국가들은 2012년 원자바오 총리의 폴란드 방문으로 ‘16+1’가 결성될 당시 중국이 대대적인 투자 등 경제협력을 약속하자 한껏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중국이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다 오히려 중국산 제품이 대거 유입돼 무역적자만 쌓인다는 불만이 제기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중국 주재 체코 외교관은 “중국에서 동유럽으로 가는 화물열차에는 제품이 가득 실려 있지만 반대쪽 열차는 텅텅 비어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협의체는 민족 구성이 다양하고 EU와 비회원국이 섞여 있어 이해관계가 복잡한 데다 최근 EU가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로 규정하며 공세적 태도를 보여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마침 자국 국영기업의 첫 크로아티아 프로젝트인 ‘펠예사츠 다리(Peljesac Bridge)’ 건설을 진행하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협력 사례’로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리 총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중·동유럽 국가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어떤 선물 보따리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