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액 납세자 로비 창구 의혹 ‘조세심판원 통행세’ 없앤다

입력 2019-03-18 19:17
사진=김지훈 기자

조세심판원의 ‘통행세’ 로비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행정실 내부검토’ 절차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조세심판원 전반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국민일보 2018년 10월 12일자 1·6면 보도).

자유한국당 김선동(사진) 의원 등 11명은 18일 국세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합동회의’ 상정 여부를 조세심판원 내부가 아닌 외부인이 참여하는 ‘합동회의상정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조세불복 절차의 하나인 조세심판은 조세심판원의 6개 심판부에서 심리한다. 조세심판원 결정은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 성격을 갖는다. 조세심판원이 세금 취소 결정을 내리면 국세청은 이의제기를 할 기회조차 없이 부과한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주로 거액의 세금을 부과받은 대기업·대자산가들이 조세심판원 문을 두드린다.

문제는 심판관회의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행정실 내부검토’라는 또 하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데 있다. 행정실 내부검토에서 심판부 결정에 따를지, 아니면 사건을 합동회의에 올려 재심리할지를 결정한다. 이때 심판부 결정을 빨리 확정하거나 결정을 뒤집는 등의 로비가 횡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조세심판원 안팎에서는 이를 ‘통행세’라고 부른다.

김 의원 등은 ‘세정 당국 출신 전관 등을 통해 심리 결정 등에 로비를 벌이는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행정실 내부검토 절차를 폐지해야 한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조세심판원의 행정실 내부검토는 국세기본법 등 관련 법규나 시행령에 근거하지 않아 법규적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개정안은 행정실 내부검토를 대체하는 합동회의상정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다. 합동회의상정위원회는 5명 이내로 구성하되 외부인을 3명 이상 두도록 했다. 김 의원은 “독일은 지방세를 다루는 행정 2심에 대한 재결 기능을 외부위원 심의를 통해 하도록 하고 있다. 행정실 내부검토를 폐지하면 조세심판원 결정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달부터 조세심판을 둘러싼 불투명한 절차와 심판 결과 등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검찰의 특수부 격인 감사원 특별조사국 직원이 세종시에 있는 조세심판원으로 장기간 파견나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말 최종 권고안을 내면서 조세심판원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정개혁특위는 “심판부 구성·운영에 사법 절차를 준용하고, 심판관 합동회의를 예외적으로 운영하는 등 심판부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상임심판관 제도를 폐지하고 상임심판관을 확대하되 조세 경력 공무원 외에 법관 출신자 등 전문가로 임용 대상을 넓히라고 제안했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어떤 내용인지 우리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