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세 김병기 화백, 최고령 개인전 기록 깬다

입력 2019-03-18 20:51
지난해 초 국민일보 창간 30주년 기념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개막식에 참석했던 김병기 화백. 그는 1965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한국인 최초로 심사위원을 맡아 자코메티의 작품을 심사하기도 했다. 국민일보DB

장수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하지만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게)하며 여전히 현역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최고령 예술원 회원인 김병기(103) 화백이 자신이 세운 국내 최고령 작가 개인전 기록을 다시 깬다.

18일 가나아트 등에 따르면 김 화백은 내달 10일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산하재(山下在)’전을 갖는다. 김 화백은 만 100세 되던 2016년에 개인전 ‘백세청풍’전을 열어 화제가 된 바 있다. 국내 작가로는 최고령 전시였기 때문이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에도 전시를 하려 했으나 갑작스럽게 폐렴이 발병해 불발됐다.

김 화백의 생일에 맞춰 개막하는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와 올해 그린 우리 산하의 풍경과 인물 등 11점의 신작이 나온다. 100호 크기의 대작도 몇 점 된다. 김 화백은 지난 14일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열린 김병종 작가 개인전 개막식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김 화백은 국민일보와 만나 “일본의 (목판화가) 후쿠사이가 90살이 지나서 ‘이제 내가 그림이 뭔지 알겠다. 하나님, 저를 데려가지 마세요’라고 했다”면서 “예전에는 그림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른다는 걸 알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출품작이 너무 적어서…. 최소 50점은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야 사회에 대한 나의 보답이, 대답이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

김 화백을 후원하는 가나문화재단 이호재 회장은 “같은 1916년생인 장리석 화백이 이달 초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나 그분도 아흔이 넘어서는 작품 활동을 못했다. 지금 현재 그린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화백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같은 평양 출신으로 40세에 요절한 이중섭(1916~1956)과 소학교 동창이다. 부친은 우리나라 3호 서양화가 김찬영이다. 광복 후 평론가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으로 동분서주하던 그는 1965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커미셔너로 갔다가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정착했다. 한동안 한국 미술계에서 ‘증발’됐던 그는 1983년 가나아트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바 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