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K리그에서 가장 뜨거웠던 라이벌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시즌 초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하위권으로 전망되던 서울은 개막 후 3경기 동안 무패(2승 1무)·무실점을 기록했다. 반대로 강팀 잡는 복병이 되겠다며 당찬 출사표를 냈던 수원은 전패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서울은 16일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19시즌 K리그1 3라운드에서 0대 0으로 비기며 무패를 이어갔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승점 7점을 확보하며 상주 상무(승점 9)에 이어 리그 단독 2위에 올랐다. 수원은 같은 날 K리그2에서 승격한 성남 FC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1대 2로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9일 전북 현대에 0대 4로 대패한 것을 포함해 3연패다. 승점 0점의 수원은 리그 단독 꼴찌가 됐다.
지난 시즌 이름값에 못 미치는 성적에 고개 숙였던 양 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지난해 10월 최용수 감독을 급하게 불러들이며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은 서울은 리빌딩을 예고했다. 수원은 상위 스플릿에 남았지만 6위에 그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놓쳤다. 수원은 구단의 수석코치 출신인 이임생 감독을 선임하며 변화를 꿈꿨다.
명예회복을 위해 겨우내 땀 흘린 서울은 재미와 실속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전진 패스와 압박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면서도 탄탄한 수비로 하나의 실점도 허용치 않고 있다. 기대 이상의 결과지만 최 감독은 담담했다. 최 감독은 지난 14일 “(지금의) 결과는 관심 없다. 더 알차고 좋은 축구를 하기위해 선수들과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18일 “서울은 지난 시즌보다 템포가 빨라지고 간격 유지도 잘하고 있다”며 “최전방의 알렉산다르 페시치만 살아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했다.
달라진 서울의 모습에 신바람 난 팬들은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제주전이 열린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1만3789명의 팬이 찾았다. K리그 3라운드 경기 가운데 최다 유료 관중 수다.
반면 수원은 ‘노빠꾸(No+빠꾸(물러선다는 의미의 비속어))’의 파격적인 공격 축구로 눈길을 사로잡았으나 결과를 내지 못했다. 견고하지 못한 수비 조직 아래서 라인을 높게 올린 플레이는 독이 돼 돌아왔다. 선수들이 앞으로 과감히 나섰지만 득점은 없었고, 그만큼 뒷공간에서 빈틈을 자주 보였다. 한 해설위원은 “현재 전력을 고려했을 때 수원의 전술은 다소 무모해 보인다. 실리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