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골퍼다. 조던 스피스(미국) 등과 함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후계자라는 극찬을 받았다. 실제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챔피언십, 2014년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을 잇따라 석권하는 등 메이저대회 우승도 4차례나 된다. 2012년에는 95주 동안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등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호령했다. 호쾌한 드라이브샷과 두려움 없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성적도 출중하다. 세계랭킹 6위에 올해 출전한 5개 대회 중 4곳에서 톱5에 올랐다. 지난 11일 끝난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도 공동 6위였다.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톱10에 든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승이 없었다. 매번 우승 경쟁에 나섰지만 이상하리만치 우승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다. 특히 최근 1년간 챔피언조(성적이 가장 좋은 선수들로 편성된 최종 라운드 마지막조)에서 경기한 9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못했다. 극심한 ‘챔피언조 징크스’에 시달렸다. 최종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압박감 속에 퍼트를 제대로 못해 우승을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 TPC 소그래스(파72·7189야드)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매킬로이는 제이슨 데이(호주)와 함께 챔피언조 바로 앞 조에서 경기를 펼쳤다.
챔피언조 부담감을 떨친 매킬로이는 펄펄 날았다. 버디 6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쳐 2언더파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6언더파를 적어낸 매킬로이는 짐 퓨릭(미국)을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번 시즌 첫 우승이자 통산 15번째 PGA 투어 우승이다. ‘제5의 메이저대회’라는 별칭에 걸맞게 PGA 투어 중 가장 많은 우승상금인 225만 달러(약 26억원)까지 챙겨 단숨에 상금 1위로 뛰어오르는 기쁨까지 맛봤다. 매킬로이는 “올해 여러 차례 우승을 놓쳐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내달 초 열리는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트로피만 수집하면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남자 골프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선수는 보비 존스와 진 사라센,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등 6명뿐이다. 매킬로이는 “나는 지금 내 인생 최고의 골프를 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