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장자연’ 재수사해도…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 어려워

입력 2019-03-18 04:01 수정 2019-03-18 09:15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과 ‘고(故)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한 검찰·경찰의 부실 수사 정황이 드러나면서 재수사 여론이 커지고 있다. 재수사를 위해서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야 하는데, 두 사건 모두 발생한 지 10년이 넘어 일부 혐의를 제외하고는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현 변호사)은 2013년 7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2인 이상이 범죄실행을 분담해 성폭행한 경우) 혐의를 받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증거물인 ‘강원도 원주 별장 성접대 동영상’은 2009년 무렵 촬영된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경찰 판단처럼 그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할 경우 재수사가 가능하다. 범죄 시점인 2009년부터 특수강간죄의 공소시효인 15년을 적용하면 2024년에 시효가 만료된다. 다만 김 전 차관이 성 접대 받은 것을 형법상 알선수뢰 혐의로 볼 경우 공소시효는 5년에 그친다. 알선수뢰는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관련해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하는 범죄다. 앞서 경찰은 김 전 차관을 알선수뢰 혐의로 수사하던 중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판단, 특수강간죄만 적용했다.

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어떤 혐의를 적용해도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돼 가해자 처벌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평가다. 형법상 강제추행,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알선처벌법)’상 성매매알선은 이 사건에 적용 가능한 혐의 중 공소시효가 가장 길지만 10년에 그친다. 경찰이 강제추행 혐의를 특정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2008년 8월 발생했다. 지난해에 이미 시효가 끝나 재수사가 불가능하다. 술자리 접대를 받은 남성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강요죄(공소시효 7년), 성매매알선처벌법상 성매매(공소시효 5년) 혐의도 시효가 지났다.


장씨 사건과 관련해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일한 인물은 조모(50) 전 조선일보 기자다. 그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의 권고를 받은 검찰의 재수사로 지난해 6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수사 목소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7일 국회 현안 브리핑에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활동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며 “김 전 차관 사건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부실수사에 개입한 정황이 없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장씨 사건의 조사기간 연장과 재수사를 요청한 게시글의 동의 인원이 이날 60만명을 돌파했다.

과거사위는 그러나 지난 11일 대검 진상조사단이 조사기한 연장을 요청한 직후 “오는 31일까지만 활동한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조사단 내부에서는 “이대로 활동을 종료하면 보고서 제출 거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조사단 관계자는 “18일 과거사위 회의에 출석해 기한연장을 재차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