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칼자루 쥔 EU “7월 이후로 미루려면 의회선거 참가를”

입력 2019-03-18 04:03

영국이 당초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점을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더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됐다. 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 시한 연장안을 승인받으려면 5월에 있을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이 참석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영국 하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연기안에 찬성하면서 브렉시트 3차 합의안 통과 최종시한을 20일로 못 박고, 19일 승인투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브렉시트 시점을 3개월 후인 6월 30일로 연기하고, 합의안이 부결되면 3개월보다 더 오래 연기하기로 했다.

하원의 결정대로 연기안이 시행되려면 오는 21~22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을 제외한 EU 회원국 27개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한다. 만약 EU가 연기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영국은 29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에 직면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EU 내부보고서를 인용해 “EU는 영국의 회원자격을 7월 1일 종료할 것”이라면서 “영국이 브렉시트 시한을 이보다 연장하려면 5월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석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EU는 일단 영국의 연기 결정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EU는 그동안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보다는 시한을 연기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장은 지난주에 “영국이 EU 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려면 유럽의회 선거 전날인 5월 22일까지 EU를 떠나야 한다”고 밝혔지만, FT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브렉시트 시점이 새 EU 의회가 개회하기 하루 전인 7월 1일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석하는 문제를 두고 잡음이 나올 수 있다. EU를 나가겠다고 선언하고 협상 중인 영국에 유럽의회 의석을 주는 것에 반대하는 회원국들이 있기 때문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다시 한번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14일 브렉시트 연기 투표에서 스테판 바클레이 브렉시트 장관을 비롯해 장관 8명이 정부 의견에 반대하고 브렉시트 연기 반대에 투표했다. 브렉시트 찬성파도 16일부터 2주 동안 브렉시트 촉구 집회를 연다. 브렉시트에 처음으로 불을 지핀 나이젤 파라지 영국독립당 대표도 행진에 동참했다. 이들은 영국 선덜랜드에서 출발해 EU 탈퇴 예정일이던 2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