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성명 나올까… 靑 “외신 오보, 성명 없을 것”

입력 2019-03-17 19:33 수정 2019-03-17 23:35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외국 외교관·기자들을 상대로 긴급 회견을 열고 있다. AP뉴시스

청와대는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 및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한 기자회견 내용을 사실상 되풀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와 관련한 행동 계획을 직접 발표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평양 기자회견 진의를 묻는 질문에 “형식은 정부 브리핑, 내용은 미국의 입장 발표에 대한 대응 발표”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특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과 관련해 뭔가 대응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비건 대표는 한국을 포함한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을 만나 “북한이 다른 길로 가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는데, 이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서라도 대북 제재를 빈틈없이 유지해 달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후 최 부상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 중단,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발사 유예) 철회 여부 등 향후 행동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부 외신이 보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초기에 외신 보도가 잘못돼 국내 언론에서도 김 위원장의 성명이 곧 나올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며 “(최 부상의 회견에서)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최 부상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유지 여부에 대해 “김 위원장이 곧 결심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며 개인 의견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최 부상의 표현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할 것(clarify)”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에 대한 입장 변동은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며 “미국과 우리는 이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주의를 갖고 북한의 태도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입장 발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 부상이 미국에 대한 불만 표시, 압박성 발언에 그치지 않고 최고지도자의 결심을 언급한 건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라며 “북한 내부적으로 협상 중단 이후 ‘새로운 길’에 대한 구상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 정치 일정상으로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관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 첫 번째 계기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당 전원회의를 통해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경제발전 총력 노선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나섰다. 경제발전 총력 노선을 채택한 지 1년이 지난 만큼 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은 최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선출했고, 다음 달 1차 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현 정세에 대해 아무 언급 없이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