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혁(61)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이 국제 선박검사 기관인 사단법인 한국선급에 특혜 채용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유효기간이 2년이나 지난 영어 성적표(토익), 지원자 중 최하위권인 대학 학점, 빈약한 분량의 자기소개서 등에도 서류전형을 통과해 정규직원으로 채용된 데서 의혹이 시작된다.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 후보자의 아들 문모(31)씨는 한국선급의 2015년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약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문씨는 지난해 5300여만원(세전)의 급여를 받았다.
한국선급은 2015년 10월 공채 공고를 냈는데, 문씨가 지원한 검사기술직(선체)에는 5명 모집에 146명이 지원했다. 문씨의 학점은 이 중 139등인 3.08이었지만 서류전형 합격자 25명에 포함됐다. 문씨는 이때 4년 전 받은 토익 성적표를 제출했다. 한국선급의 공인 어학 성적표 조건은 ‘최근 2년 내’였다.
이 의원은 지원 동기, 성장 과정 및 성격, 학내외 활동사항 등 5개 항목당 1000자 이내로 적도록 돼 있는 자기소개서에 문씨가 평균 363자만 채우고도 30점 만점을 획득한 부분도 수상쩍다고 주장했다. 당시 146명 가운데 자기소개서 만점자는 4명에 불과했고, 평균은 19.4점이었다.
문씨의 전공 필기시험 성적은 면접전형을 본 15명(평균 37점) 가운데 11등(32점)에 머물렀지만 결국 최종 합격자 5명에 들었다. 이 의원은 “임원 면접위원 3명 중 1명이 문 후보자의 한국해양대 같은 학과 동기”라며 면접 점수 특혜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한국선급 측은 서류전형(100점 만점)에서 학점 배점은 5점, 영어 성적 역시 5점에 불과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자기소개서 분량을 1000자 이하로 하라는 지침은 없었으며 현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당시 경력 지원자 가운데 5명이 1점 차로 떨어졌고, 일반 사기업의 경우 유효기간이 2년이나 지난 어학 성적표를 냈다면 탈락 사유에 해당한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당시 채용 홈페이지는 자기소개서 항목당 1000자 이내로 쓰도록 시스템화돼 있었고, 이를 최대한 채워 작성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문 후보자를 비롯해 여러 장관 후보자들이 자녀 관련 의혹에 덜미가 잡힐 수 있는 상황이다.
조동호(63)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의 인턴 특혜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조 후보자는 카이스트 무선전력연구단 단장에 오른 뒤인 2012년과 2013년 장남을 자신이 사내이사로 있던 전기차 개발 업체와 이 업체의 미국법인에 인턴으로 근무하도록 했다. 조 후보자는 “사회 경험을 쌓으라는 생각에 인턴을 권유한 것인데, 국민 눈높이에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박영선(59)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병역 판정 검사를 2022년까지 연기하고 미국에 체류 중인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로 시비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진영(69)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모씨는 2014년 용산참사 현장에서 350m 떨어진 곳의 토지 109㎡를 10억2000만원에 샀다. 참사로 멈췄던 이 지역 개발이 2016년 재개되면서 진 후보자 부인은 135.38㎡ 규모 아파트와 상가 2개, 총 26억원대 분양권을 받았다.
정 의원은 “재개발로 참사가 빚어진 자신의 지역구에서 ‘딱지(분양권) 투자’를 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정당하느냐”고 따졌다. 진 후보자 측은 평생 거주를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면서 시세 차익을 얻은 것에 대해선 사과했다.
지호일 이형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