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선거제 큰 틀엔 합의했지만… 세부 조율 갈등 불가피

입력 2019-03-17 18:57 수정 2019-03-17 23:45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선거제 개혁 단일안을 최종 검토하기 위해 17일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성식 간사, 정의당 심상정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간사,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내용의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했다. 다만 어느 지역구를 줄일지를 놓고선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심상정 위원장은 17일 여야 4당 의원들과 회의를 마친 뒤 “의원 정수를 고정하되 비례성을 최대한 높이고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비례대표 공천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발표했다.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면서 정당득표율의 50%를 의석 수에 연동하는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A정당이 10%의 정당득표율을 얻고 지역구에서 20석을 확보했을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100% 적용하면 총 30석을 가져야 해 10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받게 된다. 하지만 50%를 적용하면 추가로 받는 비례대표는 5석이 된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각 당은 정개특위 단일안을 추인하는 절차를 거친 뒤 패스트트랙(안건의 신속처리)에 선거제 법안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자신의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의원들의 반발과 바른미래당, 평화당 내 반대 의견이 변수다. 김재원 한국당 의원이 분석한 조정 대상 선거구를 보면 수도권에서 10석(서울 7·경기 3), 영남 7석, 호남 6석, 충청 4석, 강원 1석 등이 줄어든다. 갑·을·병 등으로 나뉘어진 지역구를 통합해야 해서 해당 지역구 의원의 반발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지역구 의원을 225석으로 했을 때 선거구 인구 상한선과 하한선을 산술적으로 적용해 선거구 변화를 예측했다.

선거구 획정은 인구뿐 아니라 행정구역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기 때문에 이 예측대로 선거구가 정해질 가능성은 낮다. 김종민 의원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면 오히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 수는 지금보다 많이 늘어난다”며 “김재원 의원의 발표는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둔 정당의 고민도 크다. 평화당 관계자는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호남 의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단 각 당이 당론으로 선거제 개혁을 추진한다 해도 세부 의석 수 배분에서 이해관계가 갈릴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선거제 개혁을 권력기관 개편안과 연계 처리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의원은 야당으로서 민주당 등 여권과 묶이는 일에 우려를 표한다.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1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다수 의원이 선거법 패스트트랙 공조에 찬성 의사를 드러낸 만큼 당내 여론도 확인됐다”며 “최종안이 나오면 의원 표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3대 악법’으로 규정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3대 날치기 악법을 연계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은 민주당 2중대를 구성해 원내교섭단체로 만들겠다는 얘기”라며 “여당과 일부 야당들의 야합을 철저하게 막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러면서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일부에서 반발이 있다. 이들을 상대로 대화와 설득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심희정 이형민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