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클럽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피의자로 입건됐다. 버닝썬 사태에서 현직 경찰관이 입건된 건 처음이다. 경찰은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동업자 유모(35) 유리홀딩스 대표 등의 뒤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는 현직 총경에 대한 수사를 강제수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7월 미성년자가 버닝썬을 출입한 사건과 관련해 담당자였던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A경찰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그가 해당 사건을 증거 부족으로 종결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아울러 지난 14일 유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승리, 가수 정준영(30·사진) 등과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언급된 ‘경찰총장’이 경찰청 소속 윤모 총경이라는 진술을 받고 윤 총경을 15일 참고인으로 불러 9시간 넘게 조사했다.
윤 총경은 2015년 서울 강남서에서 유흥업소 등을 관리하는 생활안전과장을 지냈다. 이듬해 경찰서 서장급인 총경으로 승진했다. 2017년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파견 근무를 했고 지난해 하반기 경찰청으로 복귀해 과장으로 근무했다. 유 대표와 승리, 정씨 등은 유리홀딩스가 운영한 술집 몽키뮤지엄을 개장하기 전인 2016년 7월 “옆에 업소가 우리 업소를 사진 찍어서 찔렀는데(제보했는데) 경찰총장이 걱정 말라더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윤 총경은 강남서를 떠난 뒤에도 부하 직원을 통해 유 대표와 승리 등을 도왔다는 의혹을 추가로 받고 있다. 경찰은 2016년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을 처리한 강남서 경찰관 B씨와 다른 경찰관 C씨를 15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일각에선 일선 경찰서 서장급인 총경을 경찰 최고 직위인 경찰청장과 유사한 ‘경찰총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경은 15일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꼬리 자르기 의혹을 묻는 기자들에게 “추측하지 말라”고 말했다.
앞으로 경찰이 면밀히 조사하고 입건 여부를 결정지어야 할 현직 경찰은 두 명 더 있다. 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의 음주운전 보도 무마를 도왔다는 당시 용산서 경찰관에 대한 수사가 빠른 시일 내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2016년 정씨가 처음 불법 동영상 촬영 혐의를 받을 때 이를 수사한 성동서 경찰관에 대해서는 수사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해당 경찰관은 정씨가 휴대전화 복구를 맡긴 업체에 증거인멸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