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행사 가격 갈등 교보생명 IPO 연기 가능성 커져

입력 2019-03-17 19:39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협상안을 거부하고, 중재신청을 결정한 여파다.

신 회장은 17일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중재신청 재고를 요구했다. 그는 개인 법률대리인을 통해 “중재신청은 언제든 철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며 “다시 한 번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18일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기로 가닥을 잡자 재차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번 갈등은 양측이 기대하는 풋옵션(지분을 특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행사가격 차이에서 비롯됐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지난해 10월 투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 행사를 통보하며 지분을 주당 40만9000원에 사달라고 신 회장에게 요구했다. 이 가격은 신 회장 측이 생각하는 매입가(20만원 대 중반)와 차이가 크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신 회장은 최근 3가지 타협안(자산담보부채권 발행, 재무적 투자자 지분의 제3자 매각, IPO 이후 차익보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들은 구체적 실현 방안이 부족하다고 보고 이를 거부했다.

중재는 공정시장가격, 즉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지분 가격을 산출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측은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를 추산하는 시점을 각각 다르게 잡고 있다. 신 회장 측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지금보다 업황이 좋을 때를 기준으로 가격을 계산해 받을 돈을 부풀렸다”고 본다. 비슷한 관점에서 재무적 투자자들이 일반 투자자에 대한 배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중재를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자 손실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법적 증명을 받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다만 교보생명의 증시 상장 연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주주 간 분쟁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에서 결격사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중재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교보생명이 IPO 준비는 계속하겠지만 5월 계획했던 예비심사는 연기될 것 같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들과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