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심기 전달자로 뜨는 최선희

입력 2019-03-18 04:02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외국 외교관·기자들을 상대로 긴급 회견을 열고 있다. AP뉴시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연달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대외적으로 전달하면서 대미 라인 실세임을 드러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심경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이 일을 최 부상이 대변인처럼 전담하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최 부상이 하노이 회담 직후인 지난 1일에 이어 15일에도 김 위원장의 심경과 발언을 직접 외국 언론에 밝혔다”며 “최 부상이 북한의 대미 협상 분야 핵심 실세라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에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한 측 카운터파트가 최 부상에서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로 교체되면서 최 부상의 역할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부터 북한의 주요 입장이 최 부상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최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와 외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연 긴급 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의 ‘별난(eccentric)’ 협상 태도에 곤란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귀국길에 “왜 이런 열차여행을 또 해야 하느냐”고 푸념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 부상은 정상회담 직후인 이달 1일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연 심야 기자회견에서는 김 위원장이 ‘미국식 계산법’을 이해하지 못했고, 앞으로 미국과의 거래에 대해 의욕을 잃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는 최 부상이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며 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해 회담이 좌초될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감정을 대외에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최 부상이 북한 내에서 미국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배드 캅(나쁜 경찰)’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