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연달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대외적으로 전달하면서 대미 라인 실세임을 드러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심경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이 일을 최 부상이 대변인처럼 전담하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최 부상이 하노이 회담 직후인 지난 1일에 이어 15일에도 김 위원장의 심경과 발언을 직접 외국 언론에 밝혔다”며 “최 부상이 북한의 대미 협상 분야 핵심 실세라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에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한 측 카운터파트가 최 부상에서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로 교체되면서 최 부상의 역할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부터 북한의 주요 입장이 최 부상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최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와 외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연 긴급 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의 ‘별난(eccentric)’ 협상 태도에 곤란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귀국길에 “왜 이런 열차여행을 또 해야 하느냐”고 푸념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 부상은 정상회담 직후인 이달 1일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연 심야 기자회견에서는 김 위원장이 ‘미국식 계산법’을 이해하지 못했고, 앞으로 미국과의 거래에 대해 의욕을 잃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는 최 부상이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며 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해 회담이 좌초될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감정을 대외에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최 부상이 북한 내에서 미국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배드 캅(나쁜 경찰)’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