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지목한 ‘서울성락교회’의 개혁을 바라는 신도들이 한국교회에 도움의 손길을 호소했다. 신도 6000여명으로 구성된 성락교회 교회개혁협의회(교개협·대표 장학정)는 한국교회의 지도 아래 건강한 교회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김기동씨가 설립한 교회는 혼란에 빠져 있다. 2016년 12월 윤준호 전 베뢰아국제대학원대 교수가 김씨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한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이 김씨의 성추문 등을 보도하면서 2017년 3월 교회는 김기동 측과 교개협으로 갈라졌다. 오는 24일 출범 2주년을 맞는 교개협은 한국교회와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교개협은 매주 서울 신길본당에서 김기동 측과 별도로 예배를 드린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교개협 사무실에서 주요 관계자들을 만났다.
윤 전 교수는 교회가 김씨의 왕국 같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47년간 서울성락교회는 정관도, 회의나 의사결정구조도 없이 운영됐다”며 “김씨의 말이 법이고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소속이었는데 교단 전통에도 없는 감독 직책을 만들어 세습 논쟁을 촉발한 사건부터 연이어 터져나오는 성추문까지 지난 10년은 신도들에게 불행뿐인 세월이었다”고 덧붙였다.
김필래 목사는 교개협에 속한 신도들과 사역자들은 한국교회와 함께할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개협이 핵심으로 삼는 가치인 ‘건강하고 성경적인 교회’는 한국교회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다”며 “성경적인 것을 따르고 싶은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교회의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선뜻 우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은 알지만 침례교 정체성과 전통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라고 힘줘 말했다.
교개협 관계자들은 신도들이 건강한 공동체에 목말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목사는 “교회 전체 신도의 3분의 2가 교개협 소속인 점은 고무적”이라며 “교회를 바꿔보자고 모인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좋은 예배와 신학이 간절하다”고 했다.
현재 교개협과 김기동 측이 서로 얽혀있는 민형사상 소송은 400건이 넘는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남부지법이 “김씨가 성락교회 감독지위에 있지 않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109억여원에 달하는 김씨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선고가 예정돼 있다. 교개협 내부에선 올 상반기를 서울성락교회 사태의 분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한규 집사는 매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유 집사는 “김씨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김기동 측의 논리가 순식간에 무너진다”며 “승소 이후에는 한국교회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개협 관계자들은 판결 이후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윤 목사는 “침례교의 정체성과 운영원리에 따른 신앙공동체를 만드는 게 교개협의 목표”라며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닌 건강한 회중주의를 꿈꾼다”고 말했다.
김씨를 상징하는 용어처럼 변질된 베뢰아는 이제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윤 전 교수는 ‘베뢰아 사람들처럼 성경을 상고하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락교회가 확실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성경적이고 건강한 교회가 돼 한국교회에 돌아오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