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 앞 인도. 중국 파룬궁의 문화공연을 반대한다는 5개의 장대 깃발이 펄럭였다. 파룬궁사이비종교대책위원회와 기독교이단문제연구소는 파룬궁의 실체를 알리는 패널 40개를 설치하고 “중국의 사교 미혹을 조심하라”고 외쳤다. 이들 단체가 거리로 나선 것은 파룬궁이 ‘5000년 중화 전통문화를 복원한다’는 목적으로 ‘션윈(神韻) 예술단’을 앞세워 한국인을 상대로 문화포교를 하기 때문이다.
파룬궁은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리훙즈(李洪志)가 1992년 유교 불교 도교의 사상을 혼합한 기공 수련을 하면서 시작됐다. 조직이 커지자 리훙즈를 살아있는 천신(天神), 창조자로 추앙하고 불치병도 수련만 하면 치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은 지난해 총회에서 ‘파룬궁은 각종 요가와 체조를 혼합한 기운동으로 건강운동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사이비 종교이며 리훙즈 자신을 신격화해 신처럼 따르게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날 파룬궁 신도들도 맞불시위를 벌였다. 파룬궁 소속 김모(54)씨는 “우리는 기공(氣功)을 하는 단체일 뿐, 종교단체가 아니다”며 “공연 내용 중 파룬궁이 핍박받는 내용이 있지만 대부분 중국의 찬란한 문화를 소개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영화감독 임권택, 탤런트 전원주 양미경 최종원, 성우 배한성, 국악인 송소희,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이 등장하는 ‘션윈 한국관객 피드백’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줬다. 하지만 행사 프로그램북 3면에는 리훙즈의 얼굴 사진과 약력이 인쇄돼 있고 15면에 ‘사람들은 모두 창세주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주장이 들어 있었다.
한국에는 270여개 파룬궁 수련장과 1200여명의 신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룬궁은 20~21일 경기도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24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26~2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30~31일 충북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같은 공연을 한다. ‘허위 난민신청자 집단이 종교 피해자로 둔갑하고 포교를 위해 공연한다. 가짜 난민을 추방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7일 오후 현재 1만300여명이 동참했다.
고양=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