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수사 보고서가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내부에서 보고서 초안이 회람되는 등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대 약점인 ‘러시아 스캔들’이 특검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막대한 정치적 파장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재선이 불투명해질 뿐만 아니라 탄핵 추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직 연방검사로 특검팀에서 활동해온 패트릭 코터는 16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수사 종료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최종 보고서 발간까지 수주 또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다. 다만 뮬러 특검팀 내부에서는 꽤 완결된 초안이 이미 회람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터는 특검팀 내에서 수석검사 앤드루 바이스만과 손발을 맞춰왔다.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 사건을 지휘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해온 바이스만은 특검팀을 떠나 올가을 뉴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취임할 예정이다. 바이스만은 특검팀 최고참으로 수사 보고서 집필에도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참 특검 파견 연방수사국(FBI) 요원이었던 데이비드 아치 역시 이달 초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FBI 현장사무소로 발령 나는 등 핵심 인력들이 하나둘씩 짐을 싸면서 수사 종료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고서의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실제로 러시아와 공모했는지 여부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 이메일이 해킹돼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건은 클린턴 전 장관 측에 정치적 타격을 입혀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에 일조했다. 대선 종료 직후 중앙정보국(CIA) 등 미 정보기관은 이메일 해킹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이후 매너포트 전 본부장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러시아 측 인사들과 부적절한 접촉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하지만 양측의 공모를 확증하는 ‘스모킹건’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특검은 활동기간 개인 34명과 기관 3곳을 기소했다. 이 중 매너포트 전 본부장과 플린 전 보좌관 등 6명은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감면 받는 ‘플리바게닝’을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해임과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에 대한 압력 행사 등 사법방해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이 보고서 작성을 완료하면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제출한다. 보고서 공개 여부와 공개 범위 결정은 바 장관의 재량에 달려 있다. 하원은 지난 14일 보고서 전문 공개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420대 0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했다. 상원 역시 같은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하원 결의안에 대해 “보고서의 투명한 공개를 위해 표결에 참여하라고 공화당 지도부에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15일 “특검은 임명되지 말았어야 하며 특검 보고서도 존재해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