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이 4년8개월 만에 서울 광화문광장을 떠났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 등은 17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 세월호분향소에서 희생자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을 열었다. 18일 세월호 천막 철거에 앞서 영정을 먼저 이동시킨 것이다.
이날 행사는 유가족과 시민 등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묵념을 시작으로 불교, 천주교, 기독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이어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와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추모문을 낭독했다. 장훈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이곳에서 단식을 했고 삭발을 했고 물대포와 싸웠다. 이곳에서 함께 싸워주신 시민 여러분 감사하다”고 얘기한 뒤 영정들을 향해 “사랑한다 아들 딸들아, 우리를 잊지 않은 분들에게 인사하고 떠나자”라고 말했다. 박래군 공동대표는 “이곳은 촛불 항쟁의 발원지이자 중심지”라며 “진실을 마주할 때까지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후 영정 이안식이 이어졌다. 사회자가 희생자의 이름을 호명하면 유가족이 한 명씩 나와 영정을 받은 뒤 흰 손수건으로 한 번 닦아 준비된 검은 상자 안에 넣었다. 일부 유가족들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289명의 희생자 영정들은 24개의 상자에 담겨 차에 실렸다. 영정을 실은 차는 광화문광장을 한 바퀴 돈 뒤 서울시청으로 이동했다. 영정들은 앞으로 적절한 안치 장소를 찾을 때까지 서울시청 지하 문서고에 보관된다.
유가족들은 18일 오전 광화문광장에 남아있는 세월호 천막 14개 동을 전부 철거한다. 서울시는 세월호 천막들이 철거된 자리에 19일부터 ‘기억·안전 전시공간’ 설치 공사를 시작해 다음 달 12일 공개할 예정이다.
새롭게 조성되는 기억공간은 교보빌딩 앞쪽에 천막 7동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다. 전시실1·2, 시민참여공간, 진실마중대 등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전시실1에는 잃어버린 가족을 만지고 싶어하는 유족들의 열망을 반영해 만지면 빛이 들어오는 인터랙티브 조명 작품이 설치되고, 시민참여공간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기억공간은 내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 시작을 고려해 일단 금년 말까지 운영된다. 이후 공간 운영방향은 서울시와 유가족이 협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해부터 천막 철거에 대해 논의해왔고 최근 유족들의 자진 철거와 서울시의 기억공간 조성에 합의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가 발생한 지 3개월 뒤인 2014년 7월 광화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