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난 딸과 이별한 건 54년 전이었다. 형편이 어려워 딸의 출생신고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딸을 돌봐주던 시아버지가 1965년 전남 함평에서 서울로 딸을 데려오던 중 잃어버렸다고 했다. 출생신고조차 못 해준 게 마음에 걸려 평생을 한으로 간직하고 산 지 어느덧 50여년, 지난달 기적같이 경찰서에서 ‘미국에서 살던 딸이 어머니를 찾는다’고 연락이 왔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그리워하던 A씨 가족이 상봉할 수 있었던 건 경찰의 노력과 유전자 분석 덕분이다. 올해 57세가 된 딸 B씨는 가족을 잃어버린 후 서울 은평구 영아원에서 지내다가 1967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B씨는 지난해 서울 서대문경찰서를 방문해 “오래전 미국으로 입양돼 헤어진 친부모를 찾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의 유전자와 중앙입양원 실종 아동전문기관이 보유한 유전자를 대조해 달라고 의뢰했다.
그 결과 B씨와 흡사한 유전자를 지닌 친모 A씨를 찾을 수 있었다. 딸을 잊지 못한 A씨가 2014년 경찰에 딸의 실종신고를 하면서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등록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찰은 한 차례 더 B씨와 친부의 유전자 대조를 의뢰했다. 지난 1월 23일 국과수는 ‘유전자가 99.99% 일치해 친자관계에 해당한다’고 답해 왔다.
친부모와 B씨는 지난 13일 서대문경찰서 사무실에서 눈물의 상봉 자리를 가졌다. B씨는 “이런 기적을 만들어준 경찰에 무한 감사한다”며 “나처럼 해외로 입양돼 한국의 친부모를 찾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내 사연을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