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한때 수출 주력 품목이었던 휴대전화, 디스플레이는 중국의 매서운 추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최후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마저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하며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IT분야의 새로운 수출 동력이 절실하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96년부터 2018년까지 ‘ICT 수출입통계’를 분석한 결과 반도체를 제외한 IT 수출액이 2013년을 정점으로 5년 연속 감소했다고 17일 밝혔다. IT산업 20개 품목 중 반도체를 제외하고 수출이 증가한 품목은 5개뿐이다.
특히 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 제품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LCD, OLED 등 평판디스플레이 수출액은 2013년 393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7%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 효자 품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78억 달러로 하락했다. 휴대전화도 2015년 300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46억 달러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휴대전화의 경우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나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거리를 좁히고 있으며, 올해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매출 비중은 2017년 20.8%에서 지난해 18.9%로 떨어졌다.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을 위해 휴대전화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것도 국내 제조업 기반을 약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스마트폰 해외 생산 비중은 2010년 15.9%에서 2017년 91.3%로 변했다.
디스플레이는 LCD 분야를 이미 중국 BOE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OLED 분야는 중소형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형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강자로 자리 잡으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LCD에서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이 올해 들어 20% 이상 감소하면서 IT 수출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5G, 인공지능(AI) 등 기술개발이 본격화하면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반도체 착시효과가 걷히면 IT산업 수출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제조경쟁력 하락과 제조기반 이탈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