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나쁜 서울시장”… 본인 지역구 출마 밝힌 부시장 견제용?

입력 2019-03-14 22:09

지난달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사무실이 있는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 건물 외벽에는 2개층 전면을 뒤덮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박원순 시장, 마곡개발이익 10조 챙기면서 방화 건폐장 이전 무산, 마곡 일산호수공원보다 못한 연못 조성, 서남물순환처리장 지상부지 공원 대신 공공임대주택 건설. 이런 나쁜 시장이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강서구 주민 숙원사업을 서울시가 저지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김 의원이 지난달 지역구에 제작해 배포한 의정보고서(사진)에도 포함됐다. 표지까지 24쪽에 달하는 의정보고서에는 ‘박원순 시장’이 5회, ‘서울시’를 겨냥한 표현이 8회 등장한다. 아예 ‘박원순 시장의 강서탄압’이라는 부제로 3가지 사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김 의원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보고 최근 법적 대응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실에 따르면 법률지원담당관 검토 결과 이 내용이 모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보인다는 결론이 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허위사실로 인한 시민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대응 방안을 논의했던 것”이라며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결론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의정보고서를 통해 “방화 건폐장 이전관련 150억원의 국비를 서울시가 환경부에 반납해 이전 사업을 백지화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용역을 진행하고 후보지를 정하지 않은 것은 사업 의지가 없는 것”라고 부연했다.

서울시는 이를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예산은 대체지가 확보되지 않아 예산의 명시이월(다음연도 예산으로 사용)이 재차 불가능해 국고로 반납된 건”이라며 “기피 시설에 대한 대체지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전 사업은 계속 추진 중이기 때문에 백지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른 주장들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인 만큼 서울에 지역구를 둔 김 의원이 서울시정을 지적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 의원의 지난해 의정보고서에는 박 시장의 이름이나 서울시 정책에 대한 비판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김 의원이 박 시장을 집중 공격한 것은 ‘총선 전초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공식화한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이 박 시장을 겨냥하지만 사실은 진 부시장에게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번 총선에서 김 의원에게 패한 진 부시장은 이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거쳤고 현재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해 정무부시장직에서 곧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도 가세해 김 의원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전날 논평에서 “김 의원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대형 현수막을 걸며 혹세무민 하고 있다”며 “서울시청에 최근 10년간 부시장의 면담 신청내역을 달라고 한 것은 ‘자료요구 폭탄’으로 총선 경쟁상대를 겨냥한 선거운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계속 해오던 얘기를 한 것 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민주당은 뜬금없는 오지랖을 접어두라”고 비난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