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도깨비 차’. 2년여 전쯤 잘생긴 도깨비가 주인공이었던 인기 드라마에 등장해 대중에 더욱 알려지게 된 마세라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가 진화하고 있다.
‘르반떼 GTS’(사진)는 지난해 11월말 출시된 초고성능 SUV다. 지난 2016년 11월부터 출시된 르반떼 모델 중 가장 힘이 세고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르반떼 GTS는 마세라티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3.8ℓ V8 트윈 터보 엔진으로 무장했다. 페라리의 이탈리아 마라넬로 공장에서 생산되는 이 엔진은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는 74.74㎏.m다.
지난달 중순 르반떼 GTS를 몰고 이틀간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달렸다. 속도를 낼 수 없는 답답한 도심에서 주행 모드는 ‘노멀’이면 충분하다. 도심을 벗어나 길이 뚫리자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제로백’은 4.2초에 불과했다. 우렁찬 굉음을 내며 속도는 안정감있게, 그러나 빠르게 올라갔다. 국내 여건상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데가 별로 없다는게 오히려 아쉬웠다.
르반떼 GTS는 르반떼 최초로 통합 차체 컨트롤(IVC)을 전자식 주행 안전 장치에 도입했다. 차체의 움직임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했을 때, 차량 제어 능력 상실을 방지하는 통합 차체 컨트롤은 즉각적으로 엔진 토크를 낮추고 각 바퀴에 필요한 제동력을 분배한다. 육중한 몸집의 르반떼 GTS는 주행 안정감도 선사했다.
마세라티지만 부드러운 라인을 가진, 오히려 쿠페의 느낌을 주는 외관 디자인과 심플한 인테리어가 실망스럽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평이 갈리는 것일 테다. 시트의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나 다소 올드한 느낌이 멋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상급 피에노 피오레(Pieno Fiore) 가죽으로 마감된 시트는 차별화 포인트다. 마세라티는 이 가죽 마감으로 “스포티함과 우아함 사이의 불가능한 균형을 이뤘다”고 표현했다.
5.7km/ℓ로 낮은 연비는 ‘옥의 티’라고 할 만하다. 스포츠카 기반의 차량에서 연비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 도심 주행용으로 또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차량으로 친환경성과 연비를 고려한 하이엔드급 SUV들이 출시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근육질의 르반떼라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가격은 1억9600만원이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