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 맥스 중단 50여개국으로 늘었는데 美 운항 계속은 트럼프·보잉 친분 때문?

입력 2019-03-13 18:46
캐나다 앨버타주로 향하는 에어캐나다 소속 보잉사 737 맥스8 여객기가 12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최근 잇달아 추락사고를 일으킨 보잉사의 항공기 737 맥스 기종 운항을 중단한 국가가 50여개국으로 늘었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도 운항 중단을 명령할 근거가 없다고 버텼다. 미국이 운항 중단에 소극적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보잉의 친분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12일(현지시간) 보잉737 맥스 기종의 운항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댄 엘웰 FAA 청장은 성명을 통해 “검토 결과 어떠한 시스템적인 성능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고, 해당 기종의 운항 중단을 명령할 근거도 없었다”며 “만일 현재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의 추락사고 조사 결과 안전문제가 확인되면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로써 보잉737 맥스 기종을 전면 운항하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 한국을 비롯해 호주 중국 프랑스 독일 인도 이탈리아 폴란드 베트남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이미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단했다. 특히 유럽항공안전청은 11일 유럽연합(EU) 전역에서 737 맥스 기종의 운항을 중단시켰다.

미국 내에서도 이 기종의 운항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상원 항공우주 소위원회 위원장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FAA가 이 기종과 승객에 대한 안전성을 확정하기 전까지 737 맥스 기종의 운항을 일시 중단하는 것이 신중한 조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FAA에 운항 중단을 촉구했다. 아메리칸항공 승무원 노조도 성명을 내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이 항공기들의 운항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데니스 뮐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와 통화를 하고 보잉737 맥스 기종의 안전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는 이어 트위터에도 신형 항공기의 복잡성을 지적하며 “조종사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 과학자들이 필요하게 됐다”고 썼다. 하지만 운항 중단과 관련한 발언은 끝내 하지 않았다.

한때 항공사 ‘트럼프 셔틀’을 직접 운영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보잉과 남다른 친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대통령 새 전용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