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논란에 휩싸인 김해강(1903~1987) 시인이 가사를 쓴 ‘전북도민의 노래’와 ‘전주시민의 노래’가 다시 청산 논쟁에 휘말렸다. 3·1 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 없애기에 맞춰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두 노래는 모두 전주 출신 김해강 시인이 작사했다.
전북도의회 이병도(전주 3) 의원은 전날 도정질의를 통해 “친일 인사인 김해강이 작사한 전북도민의 노래와 전주시민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치욕”이라며 “3·1 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전북지역 친일잔재도 말끔히 청산하는 원년으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해강의 명백한 친일행적이 있음에도 전북 문단에서 친일문학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편파적이라며 두둔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면서 “같은 시대 목숨을 바쳐 일제에 항거했던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주 덕진공원에 있는 김해강 시비(詩碑)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전북도민의 노래’ 사용을 중지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김송일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1962년 만들어진 전북도민의 노래는 작사자 김해강 시인의 친일행적이 드러났고 김동진 작곡자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만큼 사용을 중지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지사는 그러나 “김 시인이 2~3편의 일제 찬양시를 썼지만 16편의 저항시도 발표해 친일행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시비 철거 등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면밀한 검토 뒤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주시도 “시내에 있는 일제 잔재에 대한 청산작업을 적극 추진중”이라며 “김 시인이 쓴 전주시민의 노래는 다른 노래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시비는 옆에 친일 행적 논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전주에서 교사로 일하며 시를 썼다. 전북도립문학관은 김 시인을 항일 작가이자 교육자로 소개하고 있다. 1993년 덕진공원 안에는 추모시비가 세워졌다. 하지만 김 시인은 일제강점기 친일 작품도 다수 남겼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명 가미카제로 불렸던 자살특공대를 칭송한 ‘돌아오지 않는 아홉 장사’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친일인명사전에는 없지만 광복회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이름이 포함돼 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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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논란 김해강 시인 ‘전북도민의 노래’ 청산 논쟁
입력 2019-03-13 18:56 수정 2019-03-13 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