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대응”… 재계, CEO·이사회 의장 분리 바람

입력 2019-03-14 04:02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경영과 감시를 분리해 투명한 경영을 하고,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15일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 LG전자는 대표이사인 조성진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겸하고 있는데 앞으론 권영수 ㈜LG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될 전망이다. 한상범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하는 LG디스플레이도 권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이 되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할 예정이다.

대표이사는 회사 경영 전반을 책임진다. 이사회는 경영활동에 대해 평가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한때 ‘책임경영’을 명목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경영과 감시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 기업 대부분이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SK㈜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후임 이사회 의장으로는 사외이사로 추천된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정관 변경을 통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했고 2018년부터 김기남, 고동진, 김현석 3인 대표이사 체제에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런 주요 대기업의 행보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행동을 가리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대기업 대주주의 탈법, 위법 행위 방지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할 것임을 천명했다.

올해 주주총회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첫 번째 정기 주주총회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8.95%) SK㈜(8.34%) LG전자(9.09%) 등의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경영활동이 주주 이익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업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의무적으로 할 이유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G그룹의 경우 주요 계열사는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만 ㈜LG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LG하우시스 등의 계열사는 겸임을 가능하게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하게 될 것”이라면서 “기관투자가가 많고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