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신앙시는 사랑과 영혼의 열매여야… 대상 대신 우수상 한 명 늘려”

입력 2019-03-15 18:56

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상력(想像力)이며 상상(想像)은 우리말로 ‘그리다’이다. 그러니까 상상력은 ‘그리는 힘’이다. 그런데 그리는 힘은 ‘없음(無)’을 느낄 때 더욱 풍부해진다. 부모 없는 고아는 부모의 모습을 그리고, 사춘기가 지나서도 연인이 없는 남녀는 연인의 상을 그린다.

마음속으로만 그리는 것은 ‘그리움’이고, 선과 색채로 그리면 ‘그림’이 되며, 말로 그리면 시적 이미지가 된다. 그래서 영국의 시인 C D 루이스는 “시적 이미지는 말로 그린 정열적 그림”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정열적이란 말은 강렬한 그리움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움은 곧 사랑이다. 그러니까 시인은 곧 강렬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다. 모든 예술작품, 곧 시와 노래와 그림은 그리움의 열매이고 사랑의 열매이다. 사랑의 열매는 곧 영혼의 열매인 것이다. 특히 기독교 시는 더욱 사랑의 열매, 영혼의 열매여야 한다.

심사위원들은 이번 공모에서 이미지 형상화를 중심으로 심사하기로 결의했다. 심사위원은 김소엽 권택명 정재영 유승우 네 사람이었다. 심사방법은 예심을 거쳐 올라온 100여편의 작품을 각자 읽고 A B C를 매긴 다음, A를 많이 받은 순서대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 결과 올 A를 받은 작품이 없어서 이번에는 대상 작품을 선정하지 못하고, 우수상을 한 명 늘려 3명을 선정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최우수상에 ‘들깨 추수’, 우수상에 ‘가죽성경’ ‘까마귀’ ‘분갈이’가 심사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최우수상으로 결정된 ‘들깨 추수’는 생명의 성숙과정과 완성과정을 사물의 이미지로 잘 형상화한 작품이라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였다. 특히 “도리깨 끝에서 비명을 지르며 탈출하는 알맹이에/알싸한 향이 사방으로 퍼진다”나 “들깨의 인고는 무지개로 빛나고/짙은 향은 바람에 날려 들판을 덮는데”와 같은 이미지는 믿음의 결실을 들깨라는 열매의 결실로 비유해 형상화한 문학성이 돋보인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가죽성경’은 아버지가 보시던 가죽성경을 아버지의 생애와 연결해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그리고 ‘까마귀’는 ‘까마귀울음’을 성경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분갈이’는 생명의 거듭나기라는 기독교 신앙의 주제를 이미지로 잘 형상화했다. 기독교적 관념이 작품 속에 노출되지만 시적 문장력이 작품성을 살리고 있다. 입상한 분들의 믿음과 예술이 더욱 성숙하기를 바란다.

유승우(심사위원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