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가운데 공기업의 수장은 임명 절차가 유난히 까다롭다. 공개모집으로 후보자를 모은 뒤 내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후보군을 선별한다. 최종 후보군에 든 후보자들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한 번 더 걸러진다. 이후 해당 공기업 주주총회에서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주무부처 장관의 재청과 대통령 임명 과정을 거친다.
이 가운데 가장 ‘깐깐한 절차’로 공공기관운영위가 꼽힌다. 최종 후보군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적격 후보자를 찾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운영위를 거쳐 낙점된 후보자에 대한 선임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가 공기업의 대주주라서다. 결국 공공기관운영위가 사실상 후보자를 확정하는 셈이다.
공공기관운영위의 안건 심의에는 기재부를 포함해 유관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 외부 위원 등이 모인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리인 만큼 정부 안팎의 전문가와 이른바 ‘선수’가 적격성 심사를 맡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철통같은 보안이 이뤄지는 ‘밀실’에서 이뤄진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연봉의 경우 기본급만으로도 수억원에 이르는 자리가 공기업 기관장이다. 그만큼 민감한 자리다.
문제는 ‘커튼’ 뒤에서 결정이 이뤄지다보니 항상 각종 의혹이 뒤따른다. 과거부터 공기업 기관장은 정권의 ‘보은 인사’로 활용된다는 의혹이 잦았다. 최종 심사 전에 이미 ‘차기’가 정해지고 나머지 후보자는 ‘들러리’라는 비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9월 27일 이후 공석인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임명이다. 당초 하마평에 오른 인물 가운데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조 전 사장은 이명박정부 때 지식경제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지냈다. 지난달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에 한국가스공사 사장 인사 안건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상 공공기관운영위에서는 심의 자체가 없었다. 그 뒤로 정권 입맛과 맞는 인물이 온다는 후문이 돌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의혹을 해소할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운영위의 인사·심의 과정은 회의록을 통해 기록으로 남는다. 다만 기관장 인선 작업이 끝난 후더라도 이 회의록이 공개되는 일은 드물다. 그러다보니 사후 검증할 방법이 없다. 12일 기재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회의록을 공개한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민감한 사안이어서 그런 일조차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