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와 현대차의 카드 수수료율 인상 갈등이 사실상 카드업계의 완패로 끝나는 분위기다. 지난 11일로 현대차와 가맹점 계약이 해지된 신한·삼성·롯데카드가 현대차에 다시 수수료율 재협상을 요구함에 따라 카드업계가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12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삼성·롯데카드 3개사는 최근 현대차에 “카드 수수료율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현대차는 3개사에 대한 수수료율 수준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맹점 계약이 해지된 상태에서 다시 협상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결과를 곧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드 3사와 현대차는 이달 들어 카드 수수료율 인상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3사는 1.92~1.93% 수준의 수수료율을 제시한 반면 현대차는 1.9% 미만의 수수료율을 요구했다고 한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현대차는 지난 11일 가맹점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이후 3사가 다시 현대차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카드업계는 최근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했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율을 낮춰주면서 발생한 손실을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여 보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대차는 영업 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동안 줄다리기 끝에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카드가 1.89% 안팎으로 현대차와 수수료 협상을 타결지었고, BC카드도 지난 11일 현대차의 조정안을 수용했다.
카드업계 1, 2위 업체마저 현대차와의 수수료율 협상에서 밀리게 되면서 다른 대형 가맹점과 협상 구도 또한 달라지게 됐다. 곧 이동통신사나 백화점, 대형마트 등과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담판지어야 하는데 추후 협상을 앞두고 이번 현대차 협상 결과가 불리한 선례가 된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려 소위 ‘역진성’을 해소하라고 카드사들에 주문했지만 결국 협상에서 완패한 꼴이 됐다”며 “다른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율 인상 협상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