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박상우 사장은 오는 24일 3년 임기를 마친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LH는 부동산 개발 등을 총괄하는 ‘덩치’ 큰 공공기관이다. 통상 정부 부동산정책을 꿰고 있는 인물이 사장으로 임명돼 왔다. 국토부 고위공무원 출신들의 ‘정해진 자리’로 불리기도 한다.
박 사장의 임기 만료 시점이 열흘 남짓 남지 않았지만, 차기 사장 인선은 ‘깜깜이’다. 신임 국토부 장관 임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달 안에 장관 임명이 끝나도 다음 달까지 사장 자리가 공석이거나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아 ‘무늬만 사장’인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12일 국민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서 339개 전체 공공기관 기관장 임명 현황을 살펴봤더니 이달 말 기관장 임기가 만료 예정인 공공기관은 3곳이다. LH를 비롯해 예술의전당(14일)과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27일)이 해당된다. 그나마 LH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신임 사장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다만 복잡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LH 후임 사장 후보군은 공민배 전 창원시장, 변창흠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김재정 전 국토부 기조실장 등이다. 국토부 안팎에선 공 전 시장을 유력 후보로 꼽는다. 하지만 공 전 시장 임명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남 창원 출신인 공 전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동문으로 인연이 깊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변 전 사장도 마찬가지다. 주택정책에 정통한 전문가이지만,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사이로 전해지고 있다. 변 전 사장의 임명도 ‘정치적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논란을 피하고자 관료 출신인 김 전 기조실장을 사장으로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박 사장의 유임설도 제기된다. LH 관계자는 “그동안 사장 임명 과정을 보면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 사장으로 온 경우는 없었다. 제3의 인물이 갑자기 임명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기관장 임기가 끝났는데 후임 선임에 어려움을 겪는 공공기관은 10곳이다. 가장 굵직한 자리는 인천공항공사 사장이다. 당초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인천공항공사 사장 공모에서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다며 ‘사장 내정설’까지 돌았었다. 현재는 재공모가 불가피해졌다. 후보군 범위도 넓어져 ‘난전’이 될 전망이다. 주로 국토부 출신 전 관료들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정일영 사장이 유임할 수도 있다. 최 후보자가 행시 28회로 정 사장(23회)보다 후배라 정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공공기관 중에는 차기 기관장으로 누가 올지 가늠조차 못하는 곳도 있다. 정부 정책사업을 위탁받아 실행하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지난해 12월 17일 이후 3개월 가까이 수장이 없는 상태다. 김학도 전 원장이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으로 발탁되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내부에서는 차기 원장으로 누가 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소문조차 없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기관장 공석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열리는데 기관장 후보 결정 등 안건을 한 번에 모아 각 부처 장관에게 전달한다.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 기관의 인사 안건을 한 번에 처리하기에는 무리라서 일부는 공석 상태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신준섭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