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부 블랙리스트’이후 인선 올스톱… 공공기관 23곳 “기관장님은 공석 중”

입력 2019-03-12 18:55 수정 2019-03-12 23:15

공공기관장 인선이 멈춰섰다.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촉발한 정쟁이 불씨가 됐다. 전체 공공기관 중 23곳이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년6개월째 ‘리더십 부재’ 상황에 빠져 있다. 이달로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3곳을 포함하면 26곳의 공공기관이 수장 없이 표류하게 된다.

기관장이 없는 공공기관 가운데 한국가스공사처럼 수익을 내야만 하는 공기업도 4곳이나 포함돼 있다. 지난달 임기가 끝났는데 후임이 없는 인천공항공사, 이달에 임기 만료를 앞둔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더하면 6곳으로 늘어난다. 정부 정책을 실행하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 경영 공백을 노출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일보가 1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서 339개 공공기관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13곳이 기관장 공석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3개월 이상 신임 기관장을 찾지 못한 공공기관은 7곳에 이른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의 경우 지난해 5월 이후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다.

여기에다 기관장의 임기가 끝났는데 ‘차기’를 찾지 못해 기존 기관장이 자리를 지키는 공공기관이 10곳이나 됐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기술자격검정원은 2017년 9월 임기를 마친 기관장이 아직 기관장으로 앉아 았다. 이곳은 감사원의 지적으로 오는 6월 문을 닫는 상황이라 신임 기관장을 선임하기 힘들다. 이런 예외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기관장 임기 만료 후에도 후임자를 못 찾은 공공기관이 5곳에 달한다. 이달에 기관장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데 후임 선임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3곳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은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뉜다. 기타 공공기관, 준정부기관은 기관장 공백에 따른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기타 공공기관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정부 위탁사업을 맡아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은 자체 수입 비율이 50% 이하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장과 밀접한 ‘공기업’은 얘기가 다르다. 자체 수입 비율이 50%를 넘기 때문에 ‘리더십 부재’ ‘경영 공백’ 여파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전체 36개 공기업 가운데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센터다. 지난달에 기관장 임기가 끝난 인천국제공항공사, 이달에 임기 만료를 앞둔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더하면 6곳(16.7%)에 이른다. 지난해 9월 27일부터 5개월 넘게 사장이 없는 한국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은 기관장이 없어도 진행하면 되는데,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에너지 전환과 같은 정책 측면에서 가스공사 역할이 중요한 만큼 기관장 공석 여파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안팎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 김태우 전 청와대 감찰반원이 자유한국당을 통해 공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난맥상을 촉발한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신임 기관장을 임명할 때 정치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윗선에서) 인사를 찍어누르는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세종=신준섭 전슬기 정현수 전성필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