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의 용산참사 진상규명이 다시 벽에 부딪혔다. 용산참사 당시 경찰지휘부는 조사단의 소환 조사에 불응하고 있고 경찰 측은 조사단에 용산참사 관련 조사 기록 제출을 거부했다. 조사단 활동기한은 이달 말까지여서 진상규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조사단은 용산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 중 한 명인 백동산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소환 통보를 했으나 백 전 서장은 이에 불응했다. 백 전 서장은 용산참사 하루 전날인 2009년 1월 19일 현장대책회의에서 경찰 특공대 투입을 ‘윗선’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경찰은 당시 지휘부가 백 전 서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특공대를 투입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용산참사 유족 등은 “수뇌부 중 말단이었던 백 전 서장에게 참사 책임을 돌린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조사단 측은 백 전 서장 진술을 토대로 당시 지휘부에 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었다.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밝히려면 당시 경찰 지휘부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백 전 서장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추가 조사가 어려워졌다. 조사단 관계자는 “당시 경찰지휘부 진술을 근거로 윗선을 불러야 하는데 지금은 막혀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자료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사단은 지난달 초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에 용산참사에 대한 경찰 측 조사기록을 요청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 측은 운영규칙을 근거로 자료제공을 거부했다. 경찰 진상조사위 운영규칙에는 ‘조사과정에서 생산된 자료는 법령에서 정한 절차나 기준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외부에 열람시키거나 반출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조사단의 활동기한은 이달 말까지이며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에 보고하는 시한은 25일까지다. 실제 조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주요 참고인에 대한 조사 및 추가 자료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조사단 관계자는 “확인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 불가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